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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우리동네 숨은보석 핫플을 찾아서·(4)] 김포 대명항 '수산공원'

신지영 신지영 기자 발행일 2021-08-03 제10면

바다멍·산멍… 카캉스(카페+바캉스), 여유 한모금

 

인천 강화도를 가려 초지대교를 지나던 사람들은 언덕 위 하얀지붕 집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회 센터 같기도 하고, 수도권 외곽에서 쉬이 볼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 같기도 한 이 공간이 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일이다.

카페·베이커리·자연산 활어회 회전 초밥집을 한곳에 모아둔 '수산공원'은 개장과 동시에 화제 중심에 섰다. 2일 오전 인스타그램에 등록된 '#수산공원' 해시태그는 4천66개. 개장 갓 보름을 넘긴 카페의 방문을 인증하는 글이 하루에 수백 개씩 올라온다.

양평이나 남양주 혹은 하남이나 용인 같은 수도권 동부에 주말마다 탁 트인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지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독자 베이커리 브랜드를 차리거나 원두 유통사로 거듭난 카페도 여럿이다.

대개 카페 안에서 직접 빵을 구워 팔고, 고급 원두를 이용한 커피를 내놓는다. 옛 공장이나 대형 주택을 개조한 경우가 많은데 주중에 도심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 가기에 적당한 공간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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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공원 1층 한쪽은 바다를 형상화해 방문객이 마치 바닷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도록 공간을 꾸몄다. 2021.8.2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고개를 돌려 수도권 서부로 시선을 옮기면 동부 지역만큼이나 많은 수의 쉴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름을 알린 카페들도 대개 동부권 카페와 비교했을 때 공간이 협조하기 일쑤고 콘셉트 역시 동부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쉽게 말해 동부권 대형 카페의 축소판 같은 게 서부권 카페들이었다. 

 

'수산공원'은 이런 명제를 전면으로 반박한다. 3층으로 이뤄진 메인 건물은 우선 크기로 방문객을 압도한다. 그간 유명세를 탄 수도권 여느 카페와 비교해도 가장 큰 규모다. 강화도 방향으로 이동하던 차량이 초지대교에 닿기 직전,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수산공원'을 볼 수 있다.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가면 커다란 범고래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고래의 정체는 입장한 뒤에 확인할 수 있다. 수산공원은 바다(水)와 산(山)을 형상화했다. 1층은 바다, 2층은 산을 모토로 각각 공간을 꾸몄는데 각 공간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이 1~2층 공간 전면을 가득 채운 바다 영상이다.

1층에서 2층으로 계단을 타고 올라간 뒤 만나게 되는 난간이 수산공원의 사진 명소다. 방문객은 대형 스크린에 전사되는 바다 영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다.

바다 테마의 1층 공간은 '코시국'(코로나19 시국)으로 해수욕장도 외국 해변도 방문하지 못하는 방문객의 답답한 마음을 위로해 준다. 파란색 페인트로 칠해진 바닥에 비치체어 모양을 한 의자에 앉으면 마치 바다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된다.

무언가를 '멍'하게 바라본다는 유행에 따라 비치체어에 앉아 스크린 바다 풍경을 '바다멍' 할 수 있다.

1층 공간 한쪽 편엔 분주하게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직원, 또 다른 반대편엔 직접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 직원이 종일 작업 중이다. 베이커리에는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이곳만의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 바로 '김포빵'과 '매운탕빵'이 주인공이다.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건 '매운탕빵' 쪽이다. 매운탕과 빵의 조화는 이름만 들어서는 생경하기 이를 데 없다. 김포빵과 매운탕빵을 공통으로 관통하는 건 지역의 메뉴를 만들어보자는 의지다. 

카페·베이커리·자연산 회전초밥집 한곳에
1층 바다·2층 산 '테마' 대형스크린 영상미
옥상 '하늘계단' 포토스폿 등 명소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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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대명항에 위치한 '수산공원'은 물(水)과 산(山)이 어우러진 테마 카페다. 수도권에서 보기 힘든 넓은 공간에 바다와 산을 테마로 한 공간이 조화롭게 꾸며져 있다. 2021.8.2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수산공원과 바로 인접한 대명항 때문이다. 항구를 찾은 사람은 회와 매운탕을 즐기기 마련인데 대명항의 수산공원을 찾아온 만큼 빵 역시 '매운탕빵'을 한 번 먹어보라는 것이다.

이름과 달리 매콤함과 해산물이 부담감 없이 섞인 매운탕빵은 무난하면서도 특색있는 맛을 선보인다. 경주에 가면 경주빵을 먹듯, 김포에 가면 '김포빵'을 먹어야 한다는 게 수산공원의 포부다. 김포빵·매운탕빵 외에 다른 빵들도 높은 퀄리티의 맛을 자랑한다.

한 층 올라가면 산(山)을 테마로 한 공간을 볼 수 있다. 2층 공간은 사람 키보다 큰 대형 나무들로 채워져 있는데 산책로를 표방해 천천히 걸을 수 있는 둘레길로 조성돼 있다. 많은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로 일반 대형 카페에서 경험하기 힘든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1층의 테이블과 의자가 대체로 노출된데 비해 2층 테이블·의자는 나무와 나무 사이, 창 앞에 숨겨져 있다. 1층 공간이 개방적이라면 2층 공간은 보다 개인적이다. 1층 공간에서 마치 해변과 같은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즐겼다면 2층 공간은 밀담을 나누는 연인들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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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공원 2층에는 전문 스시점이 갖춰져 있다. 대명항에서 잡아낸 생선을 이용한 최상급 스시가 제공된다. 2021.8.2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2층에 오른 방문객은 특별한 공간을 접하게 된다. 바로 자연산 활어를 활용한 회전 초밥집이다. 카페와 초밥집이 어우러진 공간을 만난 건 수산공원이 처음이었다.

초밥집 역시 대명항이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회전 초밥집에서는 당일 대명항에서 잡힌 활어를 이용한 초밥을 내놓는다. 이 때문에 매일 메뉴가 바뀐다. 그날 바다가 허락한 최상의 재료만이 방문객의 식탁 위에 오를 수 있다.

1층 베이커리의 김포빵·매운탕빵, 2층 초밥집은 수산공원의 지향을 나타낸다. 바로 김포 대명항을 시대에 맞게 변경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나이 든 세대가 주로 찾는 항구를 젊은 세대의 입맛대로 계승·발전시켜 매운탕과 회를 카페에 접목했다.

수산공원이 특별한 이유도 이 지점이다. 방문객은 수도권 외곽의 한적한 카페를 찾았다는 단순한 경험 대신, 김포 대명항을 가봤다는 구체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김포빵·매운탕빵 '시그니처 메뉴'로 차별화
아쿠아리움 조성중 가족단위 나들이객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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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공원 2층은 산을 테마로 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커다란 나무로 인테리어를 한 부분이 눈에 띈다. 2021.8.2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2층에서 한층 더 올라가면 '하늘계단'이 자리 잡은 옥상 포토 스폿이 나타난다. 여름 무더위가 가시게 되면 옥상을 찾는 발걸음이 더 늘어날 것이다. 넓고 쾌적한 수산공원의 1·2층 공간 어디에서도 답답함을 느낄 수 없었지만 탁 트인 3층 공간이 주는 시원함은 다른 차원의 즐거움이다.

수산공원은 개장과 함께 곧장 지역 명소로 부상했다. 수상공원의 발전을 점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도 있다. 수산공원에는 아쿠아리움이 꾸며지고 있다. 아쿠아리움이 완성된다면 주중에 쌓인 피로를 풀려고 수산공원을 찾은 부모, 주말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아이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수산공원은 김포시 대곶면 대명항1로 52에 자리 잡고 있다. 초지대교 진입 전 우측이다. 푸른바다를 형상화한 에이드를 시키고 비치체어에 앉아 진정한 쉼을 느껴보시길 추천한다. 참, 김포빵과 매운탕빵은 꼭 먹어보길. 여유가 있는 분께는 서해안에서 잡힌 최상급 횟감을 맛볼 수 있는 회전 초밥도 권한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연중기획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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