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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감] 벼랑 끝 서민경제 살리기에 안간힘… 이민우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공지영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21-12-22 제14면

"겨울이 길어도 봄은 오고… 긴 터널 끝에는 희망의 불빛이 있다"

경기신보 이민우 이사장 공감인터뷰5
지난 15일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실에서 만난 이민우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중기·소상공인 상환유예 종료 시점을 앞두고 이들이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기신보재단
위기는 경제적 빈곤을 가속한다. 어떤 역사를 봐도 위기의 결말은 경제의 위기였다. 경제 위기는 사회체계 속 가장 연약한 곳을 찌른다. 빈곤한 이를 더 빈곤하게 하고, 한없이 비참하게 한다.

'얼마 저러다 말겠지' 싶었던 코로나19가 우리 서민경제의 폐부를 후비는 것도 마찬가지다. 감기에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곳에서 확인하는 게 요즘의 일상이다.

이런 때, 제 역할을 해내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 벼랑 끝에 선 서민경제를 안간힘을 다해 붙잡아 마지막 버팀목이 돼주어야 하는 사람들. 경기신용보증재단(이하 경기신보)의 이민우 이사장을 만났다.

얼굴을 마주하자 이 이사장은 내년 3월이면 도래할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상환부터 걱정했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로 매출 하락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위해 정부에서 대출만기를 총 3차례 유예했고 3번째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시점이 내년 3월이다.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재 코로나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 이사장은 "연착륙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일성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3개월 앞당겨 채권 소각절차 4586명 대상으로 진행
보증심사기준 완화 공격적 금융 지원… 리스크 관리 조직 확대 개편도
중기 ESG경영 도입 준비하는 게 맞아… 우리 경기신보부터 변화해야


서민경제라 일컫지만, 소상공인·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다. 지금 이들은 어떤 상태일까. 이 이사장은 한마디로 "최악"이라고 단언했다.

"지난해 초 우리 모두 코로나가 2년이나 길어질 거라곤 생각을 못했어요. 게다가 지금은 3년차를 바라보는 상황이 됐습니다. (소상공인·중소기업들은) 지난해엔 그동안 벌어둔 돈을 가지고 일단 급한 불을 껐습니다. 근데 계속 길어지니 올해는 빌려서 자금을 융통해서 버텼습니다.

소상공인 대부분 최저 생계비를 빌리기 위해 대출로 버텼는데, 이제 내년엔 어떻게 할 것이냐가 정말 문제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통틀어 경기신보에서도 10조 가까운 보증액이 경기도 내 소상공인·중소기업 자금으로 풀렸어요. 그만큼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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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경기신보 영업점의 풍경은 오히려 전쟁이다.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자금을 빌리려는 중기, 소상공인들로 붐비는 탓이다. 경기신보 직원들 모두 바쁨과 함께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래서 서둘러 도입된 것이 '경기 소상공인 코로나19 극복통장'이다. 경기도와 함께 올해 1월부터 전국 지자체 최초로 마이너스 대출 특별보증 사업을 시행했다. 극복통장의 대상은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중저신용자와 저소득자,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들이 고금리 사채와 같은 대출의 늪에 빠져 회복 불능이 되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보증료 없이 무담보로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데, 극복통장은 최저 2.49% 금리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달에 4천억원, 지원금 전액을 소진하며 꽉 막힌 혈관 하나는 뚫은 셈이다.

어려움을 막는 데에만 그칠 순 없었다. 제아무리 위기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도 피어나야 우리 사회가 제대로 순환할 수 있다.

"어려움이 클 때일수록 경제적 불능 상태의 사람을 제도권으로 다시 끌어들여 재기할 수 있는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채권소각사업'과 '희망특례보증지원사업'입니다. 특히 올해는 기존 시행시기보다 3개월가량 앞당겨 3월에 조기 확대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채무관계자 4천586명을 대상으로 총 461억8천300만원의 채권 소각 절차가 시행됐어요.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다시 시작할 희망조차 없다면 얼마나 절망스러울까요.

채권소각절차를 통해 이제 채권추심을 당할 일도 없고 무엇보다 재취업을 할 수 있어 다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해진 겁니다. 대위변제로 20% 가까운 리스크를 안게 됐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80%의 사람들은 다시 재기의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이건 경제적 효과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채권소각사업은 채무관계자 총 1만5천387명, 업체 8천466곳, 금액만 1천821억4천100만원의 성과를 얻었다. 그렇게 또 수많은 이들이 다시 땅을 딛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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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에 경기신보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보증 지원 정책을 펼쳤다. 서민경제에 큰 힘이 되었지만, '부실'을 떠안아야 하는 우려도 큰 게 사실이다.

"정부, 신용보증기금 같은 정책금융기관, 시중은행 모두 내년도 부실률을 올해보다 높게 책정했습니다. 이자유예를 해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부실률을 30% 이상 예측하기도 하구요. 경기신보 역시 마찬가지로 우려가 큽니다.

하지만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기존의 신용조사 및 보증심사 기준을 고수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코로나도 갑작스럽고, 그로 인한 경기 침체도 갑자기 벌어진 일이죠.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경기신보의 신속한 보증지원이 필수적이었고 보증심사기준을 대폭 완화해 공격적인 금융지원에 나서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내년엔 더 심각합니다. 중기·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도 내년 3월에 종료되고, 지속적인 금리 상승도 예고되고 있는 와중에 부실 발생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죠.

최악의 경우 부실률 확대로 자본잠식, 보증지원 업무 중단까지도 발생할 수 있어 출연금 확보, 통합리스크 관리 등 부실률 관리를 위해 기존 리스크관리팀을 리스크관리부로 확대 개편해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지역경제와 소기업·소상공인 경영안정을 위해 재단 보증지원은 필수라는 점입니다. 내년에도 적극적인 보증지원 기조를 이어가겠습니다."

이들 중기·소상공인들이 부실로 이어가지 않게끔, 경기신보는 이들의 끊임없는 성장을 지원하고자 '파트너기업 선정사업'도 실시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두각을 보이며 성과를 내는 중기·소상공인을 발굴하고 이들에 대한 우대지원을 통해 차세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총 3회에 걸쳐 61개 기업이 선정됐는데, 보증한도뿐 아니라 선정기업 간 교류의 장, 교육 등을 제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지속가능 경영으로 불리는 'ESG 경영'을 사업주제로 삼은 것도 이러한 일환이다.

"중소기업에 ESG경영을 도입하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수출 등을 통해 성장하려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맞습니다. 우리 지역 중소기업에 그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우리 경기신보부터 변화해야 하구요.

직원들 스스로 기부에 참여해 무한돌봄 등 사업에 매해 기부하고 있고 재능기부로 도내 취약계층 아동의 금융교육 등 사회공헌 활동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중기·소상공인들을 위한 보증 상품도 현재 개발 중에 있어 계속해서 지역경제에 저변을 넓힐 계획입니다."

우리 모두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인터뷰 내내 내년을 전망하며 무거운 마음들이 오갔다. 그럼에도 이 이사장은 힘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 길어도 결국 봄은 오고, 아무리 긴 터널이어도 그 끝에는 희망의 불빛이 있습니다. 그간 수많은 경제위기의 산이 있었지만 매번 그 산을 넘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나아갔기 때문입니다.

경기신보는 중기·소상공인이 존재했기에 지금까지 이어왔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마음속 깊이 가지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함께해낼 수 있는 디딤돌을 하나씩 놓겠습니다."

글/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 이민우 이사장은?

▲ 1996년 경기신용보증재단 입사
▲ 2001~2005년 경기신용보증재단 부천지점장 / 총무부 부장
▲ 2006~2010년 경기신용보증재단 안양지점장 / 기획실 실장
▲ 2010~2014년 경기신용보증재단 기획관리본부장 / 성남지점장
▲ 2014~2015년 경기신용보증재단 남부지역본부장
▲ 2015~2018년 경기신용보증재단 영업부문 상근이사
▲ 2018년 12월~경기신용보증재단 제14대·제15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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