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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윤석열차'

윤인수
윤인수 논설실장 isyoon@kyeongin.com
입력 2022-10-0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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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생의 만평이 어른 싸움으로 번졌다. 지난 3일 폐막한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평 '윤석열차'가 전시됐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고등부 금상(경기도지사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만화 캐릭터 '토마스'처럼 기차를 윤 대통령으로 의인화했다. 김건희 여사로 보이는 기관사가 운전하고 객차엔 법복에 칼을 치켜 든 검사들이 탑승했다. 증기를 뿜으며 질주하는 윤석열차 앞에서 사람들이 혼비백산 흩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엄중 경고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표현의 자유' 문제로 일이 커졌다.

자유민주 시민은 표현의 자유로 모든 권력을 견제하고 구속한다. 역설적으로 모든 독재권력은 표현의 자유를 적대한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이슬람교를 비판한 프랑스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끔찍한 테러를 가했다. 북한, 중국, 러시아는 언론을 통제하고 표현을 제한한다. 표현의 자유와 독재 권력은 양립할 수 없다.

자유민주 국가의 권력에게도 표현의 자유는 성가시다. 권력 획득과 유지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면서도 권력을 흠집내는 비판적 표현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인 20대 청년을 재판에 넘겼다. 민주당은 집권여당 시절 신문 칼럼 '민주당만 빼고'를 쓰고 게재한 임미리 교수와 경향신문을 고발했다. 상황은 역전됐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역공을 펼친다.



문체부의 대응이 성급했다. 고교생 아마추어 만평에 거창하게 '정치' 잣대를 들이댈 일이 아니었다. 공모전 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다. 대상이라도 받았다면 장관이 사퇴할 뻔 했다. "입장이 없다"는 대통령실도 아쉽다. 대선 때 '쥴리 벽화'도 인내했던 대통령이다. 도어스테핑에서 "저도 봤는데 재미있던데요"라고 웃어 넘겼다면 윤석열의 '자유'는 더욱 선명해졌을테다. 문체부가 서둘러 정색하는 바람에 대통령이 표현할 자유를 잃은 건 아닌가 싶다.

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2017년 한 전시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누드를 그린 '더러운 잠'이 걸렸다. 잔인한 조롱에 탄핵 지지 여론도 혀를 찼다. 전시를 기획한 표창원 전 민주당 의원이 사과했다. 표현된 자유의 가치와 기한은 공론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두면 된다.

/윤인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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