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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항' 수원 영통 학원가에서 물어봤더니 돌아온 답변

김대훈
김대훈 기자 kdh2310@kyeongin.com
입력 2023-06-23 15:20 수정 2023-06-24 17:57

"킬러 문항은 아이들 갖고 장난치는 불공정"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온 나라가 들썩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 여 앞둔 시점도 문제지만, '킬러문항'이 현 대한민국 교육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킬러문항을 직접 풀어야 하는 학생들은 킬러문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경기도 내 학원가를 찾아 학생들을 만났다.
변별력 기능은 있어… "준킬러 어려울라"
수능 150일 앞두고 혼란스럽다는 표정들
"이참에 올려보자" 일부 기대감 있지만
대부분은 핵심은 그게 아니라는 의견
입시체제 문제 중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
새로운 편법 생겨 오히려 사교육 부추길 우려
21일 찾은 수원 영통의 학원가는 입시학원들이 밀집해 있어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이 곳에서 만난 학생들은 최근 불거진 킬러문항 논란을 대부분 잘 알고 있었다. 수원 청명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수험생 A씨는 "사실 수능이나 모의평가에 있어서 변별력을 두기 위해선 킬러문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킬러문제를 풀 때) 열심히 준비한 만큼 보이겠구나 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준킬러 문제들이 더 어려워질까" 걱정도 했다.



논란 이후 전체적인 분위기에 대해 묻자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큰일이 난 것 같다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혹은 열심히 준비하면 괜찮을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선생님들도 혼란스러운 거 같다"며 "학생들도 의견이 많이 나뉜다. 사실 수능이 150일 남은 시점이라 나 역시 매우 혼란스럽다"고 속내를 전했다.

영덕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B씨는 킬러문항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기대감도 내비쳤다. B씨는 "수학 3등급 정도 나오는데, 킬러 문제를 풀다가 아는 공식이 나오면 풀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문제가 나오면 (포기하고) 잠을 잔다"며 "(킬러 문제가 배제되면)준킬러 문항들이 더 등장할 거라, 저와 비슷한 애들 중엔 오히려 좋아하면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 대부분은 킬러문항이 사교육 문제의 원인이라는 대통령과 정부의 판단에 공감하지 않았다. 킬러문항이 아니더라도 현행 입시제도 하에선 사교육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의견이었다. A씨는 "(학원에서 제공하는)자료의 질이 (학교와) 다르고, 혼자 공부할 때 파악하기 어려운 미출제요소들도 알려준다. 반드시 (사교육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학원을 통해 이득을 보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또 다른 학생은 "현장 강의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강의는 꽤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학교 수업만으로 현행 입시를 준비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교와 학원 등 교육계에선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는 수능 난이도 조절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라고 한목소리로 꼬집었다. 킬러문항은 현행 입시 체제가 갖는 구조적 문제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소리다.

수원 영통의 한 학원 강사는 인터뷰를 통해 "킬러문항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논리가 공교육을 무너뜨리거나 혼란을 조장한다는 의견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별력은 있어야 하니, 결국 다른 편법이 생겨날 것"이라고 부작용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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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석 수원시학원연합회 회장. /김대훈기자 kdh2310@kyeongin.com

고진석 수원시학원연합회 회장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고 회장은 "(킬러문항이 교과범위를 넘는다는 데에 대해)전혀 동의하지 않고 그 기준을 모르겠다. 교육 일선에 있는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험에서) 변별력이 사라지면 수시나 특별전형 같이 새로운 입시가 생겨나 오히려 사교육을 유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입시제도부터 대대적 변화 있어야.
교사들은 킬러문항이 문제가 있음을 꼬집으면서도 킬러문항이 현 입시제도의 근본원인이라는 데는 선을 그었다. 시흥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킬러문항이 교과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출제되는 건 아니지만, 학습 성취 기준에 적합한지는 모르겠다. 곤란하게 문제를 꼬아놓은 형태라, 일선 교사들 입장에선 문제가 많다고 느끼는 건 맞다"면서도 "현 입시체계에선 바뀌기 쉽지 않다. 상대평가로 등급을 정하는데,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교육을 줄인다는 (대통령의 취지는) 공교육 입장에선 찬성이다. 하지만 수능 문제 난이도 조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반적인 입시제도부터 대입체제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근본적인 교육시스템과 대입체계의 변화가 있지 않는 한 "결국 이 피해는 계속해서 애꿎은 학생들만 당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훈기자 kdh231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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