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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학회 회장 |
쉽게 정서적 공감·여론조성 이끌어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되는 영화
과거 박정희 정부 시기에도 애용
한국영화 또한 최근 정치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과거 박정희 정부 시기에는 영화의 정치적 중요성을 인식해서 '5인의 해병'과 같은 많은 전쟁영화를 통해 국민들의 반공의식과 애국심을 높였다. 이러한 영화를 이른바 진보 영화인들은 '국뽕'이라는 말로 비하하고 있다. 그러나 박정희 정부 이후 보수 정부는 영화의 정치성과 영화정책의 중요성을 간과해 왔다. 영화의 경제적 측면만 강조해 K-콘텐츠 수출로 영화를 경제성장의 수단으로만 중요시해 왔던 것이다. 반면에 1990년대부터 진보 정부는 영화의 정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 영화인을 우대하고 영화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늘려 왔다. 영화제에서도 이념 편향된 영화상영을 늘리고 있으며 영화를 통해 이념과 사상 그리고 국민들이 공감을 이끌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원하되 간섭은 않는다'라는 논리로 영화인들의 호감도 높이고 있다. 정부 간섭이 없어지면서 영화는 자유롭게 특정 이익집단의 이념화 수단이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영화의 정치화 사례는 많다. 탈원전의 명분으로 동원된 영화 '판도라'는 물론 다큐멘터리 '문재인입니다'는 영화제에서 제작비 지원도 받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와 '다이빙벨' 등 역시 정치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작품들이지만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이러한 한국영화의 지나친 정치화에 대해, 영화 '플래툰'과 '7월4일생' 등을 연출한 미국 영화의 거장 올리버 스톤 감독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서 한국영화 '판도라'를 가리키며 영화의 거짓 선전이 환경운동을 왜곡시키는 수단이 되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진보, 이념편향된 상영 늘려 활용
치우치지 않게… 관심·지원늘려야
영화의 매체적 특성상 정치적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나친 영화의 정치화는 영화 발전을 저해한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계는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 이는 모든 예술이 변화를 주도하며 발전하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전복시키고 재창조하며 시대를 앞서 나간다. 보수적인 국가라고 잘 알려진 미국에서조차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영화계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정치적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영화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는 영화의 정치적 특성을 인식해 영화정책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늘려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한국영화의 위기를 막을 수 있다.
/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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