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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전두환 유해 안장 논란

윤인수
윤인수 논설실장 isyoon@kyeongin.com
입력 2023-11-19 19:21 수정 2024-02-0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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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 유족들은 유해를 연희동 자택에 보관해왔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용서받지 못한 죽음인 탓에, 장소를 정해 안장하면 묘역이 훼손될 가능성을 걱정한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이 2주기를 앞두고 안장을 위해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 사유지를 묘역으로 가계약했다고 한다.

유해 안장은 고인에 대한 유족들의 당연한 예의일텐데, 벌써부터 '안장' 자체를 거부하는 여론이 치솟고 있다. 안장 예정지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서 "파주를 역사적 죄인의 무덤으로 만들지 말라"고 일갈했다. 1인시위, 서명운동, 단식 등 전두환 파주 안장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단다. 파주 적군묘지에서 북한군·중국군 천도제에도 참석했던 박 의원이다. 그에게 전두환은 6·25전쟁 때 대한민국 군인과 양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침략군만도 못한 사람인 셈이다.

전두환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광주 학살과 부정축재 때문이다. 참회하지 않았고 부정축재는 은닉했다. 전 재산이 29만원인 사람이 골프를 치고, 5·18 발포명령자를 가리는 광주 법정에선 졸았다. 전두환보다 한달 먼저 사망한 친구 노태우는 달랐다. 퇴임 후 자택에 스스로 유폐된 채, 추징금 2천600억을 완납했고, 죽음 직전 아들이 아버지를 대신해 5·18 묘역에서 참회했다. 노태우는 파주 동화경모공원에 안장됐고 묘역은 국가보존묘지로 지정됐다. 반면 전두환은 사유지 안장도 소동에 휘말렸다.

유족들의 태도도 선친들의 안식 여부를 갈랐다. 아들 노재헌은 참회의 진심 덕에 김영삼, 김대중의 아들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아버지 시대의 갈등을 치유한다. 전두환 가족들은 사회에서 격리된 채 남편과 아버지의 시대에 갇혔다. 5·18묘역에서 참회한 손자 전우원을 가족에서 내쳤다. 남은 추징금 900억원 환수 여론이 다시 높아졌다.



5·18묘역 참배 경로에 전두환 기념비가 박혀있다. 야당과 민주화 진영 인사들에겐 비석 밟기가 통과의례다. 문재인, 이재명, 김동연이 다 밟았다. 안장을 강행할 경우 묘역 또한 조리돌림 당할 우려가 높다. 안장지를 찾지 못하는 전두환의 유해에 대한 일말의 연민도, 용서받지 못한 죽음을 향한 역사의 서슬에 절로 쪼그라든다. 역사의 심판이 이렇게 무섭다. 전두환 유해 소동의 최종 결말이 궁금하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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