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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한파쉼터' 7732개… 정작 필요한 곳엔 없었다

이영지
이영지 기자 bbangzi@kyeongin.com
입력 2023-12-21 20:12 수정 2024-01-09 14:47

도서관·체육관 등 기존시설들 활용
쪽방촌 아닌 아파트단지 주변 편중
노후주택 밀집지역 주민 "금시초문"
저녁 6시이후 운영도 120여곳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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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 한파쉼터가 경로당·도서관 등 7천700여곳 지정됐지만, 오후 6시 이후 운영하는 한파쉼터는 도내 120여곳뿐으로 한파 취약계층이 위기상황에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은 21일 수원시내 한 쪽방촌 인근 야간 운영을 하지 않는 한파쉼터 모습. 2023.12.2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한파가 왔지만, 피할 곳이 없다."

경기도 전역에 한파경보와 한파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북극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취약계층이 한파를 피할 수 있는 '한파쉼터'는 이들과 너무 먼 곳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취약시간대인 야간에는 운영하지 않는 한파쉼터도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경기도 겨울철 한파대응 종합대책'으로 도내 시·군과 함께 경로당·주민센터·도서관 등을 활용해 한파쉼터 7천732개를 운영 중이다.



혼자 거주하는 노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난방장치가 열악한 도민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내년 3월까지 운영된다.

하지만 지정된 한파 쉼터가 정작 취약계층에는 멀리 있고, 운영시간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 수원시의 경우 쪽방촌 등 한파 취약계층 밀집지역보다 아파트나 상가가 많은 지역에 한파쉼터가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팔달구 남수동·구천동·팔달로3가 등 쪽방촌이 있는 지역에는 각각 1곳의 한파쉼터(경로당)밖에 없는데 오히려 영통구 이의동에는 한파쉼터(경로당·복지회관·도서관)가 20곳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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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 한파쉼터가 경로당·도서관 등 7천700여곳 지정됐지만, 오후 6시 이후 운영하는 한파쉼터는 도내 120여곳뿐으로 한파 취약계층이 위기상황에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은 오후 11시까지 야간 운영을 하는 수원시내 한파쉼터 도서관 모습. 2023.12.2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수원 인계동의 한 노후주택 밀집지역에서 홀로 거주하는 정모(78)씨는 "보일러가 갑자기 고장나 추웠는데 그냥 집에서 견뎠다"며 지난 겨울 자택에서 추위를 견뎠던 일을 회상했다. 그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사람을 만나고 싶지도 않아 경로당에 갈 생각은 안해 봤지만, 위치마저 가깝지도 않다"고 말했다.

인계동 골목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은 "한파쉼터라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돈이 없어 보일러를 켜지도 못한 채 산다. 집안이 추워서 들어오란 소리도 못하겠다"며 황급히 문을 닫았다.

남수동·팔달로3가 등의 쪽방촌 주민들도 하나같이 "한파쉼터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야간에 운영하는 한파쉼터가 부족한 것은 더 큰 문제다. 평일 저녁 6시 이후에 운영하는 도내 한파쉼터는 120여개에 불과하며, 대부분 도서관·체육관 등의 시설이라 새벽까지 운영하는 한파쉼터는 찾을 수 없다. 한파가 닥치면 밤에 기온이 더 떨어지는데 난방장치가 고장나는 등의 위기 상황에 한파 취약계층의 거처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반면 서울시의 경우 한파에 대비해 한파쉼터를 유연하게 운영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서초구·동작구 등에서는 한파특보 발령시, 한파쉼터인 주민센터의 운영을 저녁 9시 혹은 10시까지 연장할 방침이다. 또 도봉구는 숙박업소 3곳과 협약을 맺어 야간 한파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한파쉼터 지정권한이 시군에 있어 경기도와 서울시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시군에 야간개방을 꾸준히 권고하고는 있다. 다만, 인건비·보안 등의 문제로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이번 겨울 한파쉼터 연장 운영이나 숙박시설 협약 등의 계획은 아직 없지만 야간 한파쉼터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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