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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자형 요구에 'V'자형 내놔… 인천시 '원도심 패싱'에 상실감 컸다

조경욱
조경욱 기자 imjay@kyeongin.com
입력 2024-01-21 19:47 수정 2024-01-21 22:18

서울5호선 검단·김포 연장노선 '대광위 조정안' 파장


경계지역 불로역, 감정역으로 바껴
인천 검단 역사 2곳뿐 김포에 유리
사업지연 우려 "수용" 민민갈등도

노선 분산 원당역 추가경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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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김준성 인천시 교통국장이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발표한 서울지하철 5호선 검단·김포 연장사업 노선 조정안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2024.1.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가 인천 서구 원당사거리(원당역)를 빼고, 불로동(불로역)을 김포 감정동(감정역)으로 바꾼 '서울지하철 5호선 검단·김포 연장 조정안'을 발표하자, 인천시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서 대광위의 노선안에 대해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당사거리와 불로동이 포함된 인천시 노선(요구)안을 반영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천시는 검단신도시 내 2개 역이 포함된 대광위 노선안('V'자형)이 인천시 노선안('U'자형)과 유사한 만큼 오는 5월까지 추가 협의를 거쳐 인천의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광위가 조정안을 내놓은 배경은 인천과 김포의 갈등 때문이다.

서울 5호선 연장사업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에서 방화차량기지와 함께 인근 건설폐기물처리장을 이전하는 대가로 서울 5호선의 김포시 연장을 검토했다. 하지만 사전 조사에서 경제성(B/C값)이 낮게 나왔고, 덩달아 인근 지자체 모두 건폐장 이전에 반대하면서 연장사업이 벽에 부딪쳤다.

이후 서울시와 김포시가 지난 2022년 건폐장 이전에 합의하면서 사업의 물꼬를 텄다. 정부의 김포 한강2콤팩트시티 발표도 함께 이뤄져 사업성이 전보다 올라갔다. 다만 계획인구만 18만명에 달하는 인천 검단신도시를 빼고는 사업 추진 여부를 장담할 수 없어 각자 지역 내 정거장 확보를 두고 인천시와 김포시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대광위가 지난 19일 발표한 서울 5호선 조정안은 인천 검단신도시 2곳과 김포 감정역 1곳을 경유한다. 인천시가 요구한 검단신도시 2곳과 원당역 1곳, 경계지역인 불로역 1곳 등 모두 4개 역(인천 3개, 경계지 1개)에서 원당역을 뺐다. 또 경계지역을 김포 감정역으로 바꿨다.

인천 정치권과 서구 주민들은 대광위 조정안이 대체로 김포시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서구 원당역을 거치지 않아 김포시의 입장이 절반은 관철됐고, 노선안 전체 10개 역 중 행정구역상 인천에 내준 역은 검단신도시 내 2곳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구 원당지구와 불로지구 주민들의 상실감이 크다. 두 개 지구 모두 검단신도시와 맞붙어 있지만 그동안 철도 교통망에서 소외됐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인천지하철 1호선 검단 연장사업' 노선은 이번에 대광위가 내놓은 서울 5호선 노선안과 같은 검단신도시 내 2개 역만 지날 뿐 원당지구는 거치지 않는다. 완정역에서 검단신도시와 불로지구를 거쳐 경기 일산으로 이어지는 '인천지하철 2호선 연장사업'도 수년간 계획이 바뀌다가 지난해 7월에야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올랐다.

검단주민총연합회는 지난 19일 성명서를 내고 "전체 10개 역사 중 김포시 7곳, 인천시 2곳, 서울시 1곳뿐인 국토부의 서울 5호선 조정안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며 "검단의 균형발전과 정반대인 '원도심 패싱, 신도심 2개 역 경유' 5호선은 필요 없다. 원당역과 불로역을 즉각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단신도시총연합회도 "당연히 만들어져야 할 원당사거리역은 제외되고 불로역은 감정동으로 이동하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반면 검단신도시 주민 일부는 서울 5호선 연장사업의 지연을 우려하며 대광위의 조정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해 주민 간 갈등도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동근 국회의원과 서구지역 전 현직 시·구의원 5호선 노선안 반대 기자회견
19일 오전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신동근 국회의원을 비롯한 서구지역 전·현직 시·구의원들이 이날 발표된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5호선 노선안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1.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서구지역 정치권도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신동근 국회의원을 비롯한 서구지역 전·현직 의원들은 "대광위의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 5호선 노선 발표를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강범석 서구청장은 "국토부가 발표한 노선안은 검단, 서구 주민의 고통을 경감하고자 하는 소망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는 추가 협의 과정에서의 원당역 반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재 대광위 조정안에 반영된 검단신도시 내 2개 역은 역세권 개발사업(넥스트콤플렉스)이 진행 중인 1곳(인천 1호선 검단연장선 101역)과 서구 원당동 636의 15번지 일원 1곳(인천 1호선 검단연장선 102역)이다.

당초 김포시는 풍무지구에서 넥스트콤플렉스를 거치지 않고 바로 102역으로 가는 노선안을 제시했으나, 이번 대광위 조정안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단신도시 내 2개 역 사이에 있는 원당역이 빠지면서 인천시의 'U'자형 노선이 'V'자형으로 변하긴 했지만, 김포시가 바라던 '직선'형 노선을 피해 원당지구 내 추가 역사를 논의할 여지가 충분하다.

특히 대광위 서울 5호선 조정안의 검단신도시 내 2개 역 모두 '인천 1호선 검단연장선' 노선(101·102역)과 겹친다. 여기에 이달 말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도 검단신도시(102역)를 거칠 것으로 전망돼 노선 분산을 위한 서울 5호선의 원당역 추가 경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인천시 관계자는 "최종안에 대한 '제4차 광역교통시행계획' 반영은 5월께 이뤄지기 때문에 앞으로 대광위 및 김포시와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대광위도 추가 정거장 신설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에 원당역 등 추가 설치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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