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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귀국했을때 틀린 이름 그대로 쓰는데… 지원방안 없다는 '사할린동포 특별법'

이영지
이영지 기자 bbangzi@kyeongin.com
입력 2024-02-14 20:22 수정 2024-02-22 15:08

인적사항·가족관계증명서 등 오류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애요소 지적
구제할 법적 근거 없어 불편 감수
"문제 제기했지만 달라진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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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 고향마을에서 사할린동포 안서순(88) 할머니가 러시아에 있는 손녀딸의 사진을 보며 그리워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사할린동포 영주귀국 사업 대상자로 선정돼도 1년 이상의 대기기간이 발생해 사할린 동포 지원법이 현실에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1월23일자 1면 보도=[현장르포] '사할린동포 지원' 앞서가는 법, 뒤떨어진 현실)을 받는 가운데, 귀국 과정에서의 행정상 오류 문제도 심각한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귀국 과정에서 인적사항이 잘못 등록되거나 가족관계증명서상 오류가 생기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사할린 동포들의 하소연인데, 법에 앞서 보다 세심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경분(85) 할머니는 14살 무렵 부모님을 따라 사할린으로 건너갔다가 2000년대 들어서 한국으로 영주귀국했다. 그리고 2022년 아들 박용운(68)씨도 영주귀국하면서 고국 땅에서 모자가 같이 살 수 있게 됐지만 서로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그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이경분 할머니는 "너무 엉망이라서 누구한테 말해야 할지도, 무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며 "다른 동포들도 다 그런데 그냥 이렇게 살아야지"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 불리던 이름과 다르게 성명이 등록되거나 생년월일이 잘못 기입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인과 결혼해 남편의 성으로 성이 바뀌었거나, 과거 한국에 이미 출생신고가 됐지만 러시아로 이주 후 인적사항이 바뀐 경우, 러시아 출생증명서상 부모의 인적사항이 미비한 동포의 경우 영주귀국 후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 정보에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주훈춘 안산 고향마을 노인회장은 "한국으로 오게 되면서 선숙자씨가 김윤희씨로, 조신자씨는 조정식씨로 바뀌는 등 터무니 없는 사례들도 있다"며 "이들은 한국말도 서툴러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고 그냥 불편한 채로 한국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수차례 정부와 재외동포청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대책을 만들겠다고만 하고 달라지는 게 없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밖에도 부모가 사망한 사할린동포 2세의 경우 영주귀국 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한다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2020년 제정된 사할린동포 특별법과 지난달 10일 통과된 '경기도 영주귀국 사할린 한인 주민 지원 조례안'에는 이 같은 행정절차 오류로 어려움을 겪는 사할린동포들을 지원하거나 구제하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사할린동포들은 서류상 인적사항이 잘못 기입되는 등의 애로사항이 있어도 그저 불편함을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대해 재외동포청 관계자는 "불편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법무부, 외교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협의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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