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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E인가?" MBTI 묻는 기업들

김지원
김지원 기자 zone@kyeongin.com
입력 2024-03-21 20:45 수정 2024-03-21 21:02

'이력서 기재' '특정 성향 우대'
재미 아닌 도넘은 '신뢰' 지적
전문가 "정밀한 절대지표 아냐"


젊은 층을 중심으로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성격 유형 검사가 인기를 끌며 경기도 내 지자체와 기업들이 이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과 채용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뢰성이 떨어지는 지표를 무분별하게 확산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수원시에 따르면 영통도서관은 MBTI 유형별 키워드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도서를 추천하는 방식의 행사를 이달 18일부터 진행했는데, 이틀 만에 마감됐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오지향(33) 주무관은 "시민들의 다양한 도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인기가 높은 MBTI를 활용했고, 시민들이 많이 재밌어 하시며 호응해 주셨다"고 했다.

MBTI는 일정한 문항 답변 결과에 따라 16가지 성향으로 구별하는 성격유형 검사로 SNS를 중심으로 젊은층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수원시는 지난해 6월 수원화성 관광을 홍보하기 위해 MBTI를 활용해 한 차례 인기를 끈 바 있고, 화성시와 김포시 등 다른 지자체들도 관광 등 행정 홍보 차원에서 MBTI를 이용한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도내 기업과 자영업자들 역시 MBTI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용인시의 한 제조업체는 채용 플랫폼에 올린 생산직 모집 공고에 자기소개서 제출 시 MBTI를 필수 기재하도록 명기했다.

과천시의 한 IT 회사 역시 영업직 채용 공고에 MBTI 검사 결과 중 E(외향) 성향을 우대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기업뿐 아니라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도내 여러 자영업자도 지원 시 MBTI를 요구하거나 특정 성향을 우대한다는 공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도내 한 기업 인사 관계자는 "신입 사원을 모집하기 전 사내 구성원들에게 먼저 MBTI 검사를 시켜보고 결과에 따라 기존 직원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성향의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 여론도 나온다. MBTI가 단순 재미로써 사용되는 것을 넘어서 객관적인 지표로 사용되는 것은 과하다는 주장이다. 수원에 사는 김진유(31·여)씨는 "친구들끼리 가벼운 주제로 나누는 주제가 채용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중에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MBTI는 대개 인터넷에 떠도는 간이 검사 결과로 신뢰성이 전혀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마저 나오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무분별하게 유행을 타고 있는 MBTI 검사는 정밀하고 정확한 심리 검사로 보기 힘들다"며 "절대적인 지표가 아니기 때문에 직업군이나 개인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어디까지나 순수한 재미로만 활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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