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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로 심판… "발달장애인 엄마, 사회가 살펴야"

변민철
변민철 기자 bmc0502@kyeongin.com
입력 2024-04-25 20:02 수정 2024-04-26 14:58

엎드린채 재워 쌍둥이가 숨져…
돌봄 방임하고 학대도 인지 못해
서울시 엄마·자녀 동시 '홈헬퍼'
인천은 '신청주의 한계'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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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개월도 안 된 쌍둥이 자매를 모텔 침대에 엎어 재워 숨지게 한 20대 어머니. /연합뉴스

# 사례1. 생후 49일 된 쌍둥이 자매 2명을 숨지게 한 20대 발달장애인 엄마 A씨가 이달 4일 인천지법 법정에 섰다. 그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할 정도의 장애를 갖고 있었다. 지난 2월 미추홀구 주안동 한 모텔에서 쌍둥이 자매를 엎드린 채로 재워 숨지게 한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들이 심하게 울어 얼굴을 침대 매트리스로 향하도록 엎드리게 했다"고 진술했다.

# 사례2. 지난해 8월에는 태어난 지 40일 된 아들을 방바닥에 던진 뒤 3시간 동안 방치해 살해한 발달장애인 엄마 B씨가 인천지법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휴대전화에 '아이를 낳았는데 모성애가 없어요' 등의 내용을 검색했다고 한다. 지난달 상고를 취하한 그는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

인천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부모가 아동학대 혐의로 잇따라 법정에 서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인지와 학습 능력 등이 비장애인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출산이나 양육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방임하기 쉽다. 심지어는 자신이 아동 학대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김광백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 사무국장은 "양육법을 알려줄 가족 등과도 단절된 채 지내는 발달장애인 가정들이 많다"며 "비장애인보다 사회 경험도 적어 양육에 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의 임신·출산·양육 등에 대해 홍보, 교육, 지원, 감독을 하라고 규정돼 있다.

서울시는 발달장애인인 엄마와 자녀를 동시에 지원하는 내용의 '홈헬퍼' 사업을 2003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베이비시터, 산모 도우미, 보육 교사 등 홈헬퍼가 임신 기간 중 유의해야 할 점을 알려주고 함께 산부인과에 동행한다. 출산 후에는 산후조리, 기저귀 갈기, 이유식 만들기, 아이와 상호작용하기 등 양육법을 가르쳐주고, 엄마가 집을 비우는 동안 아이를 대신 봐주기도 한다.

인천에선 이런 밀착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천 한 발달장애인 지원 기관 관계자는 "장애 정도가 중증이거나 저소득층인 발달장애인은 지자체 관리 지원 대상에 오르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 활동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발달장애인이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들어야 하는 실정이다. '신청주의'의 한계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 부모의 경우 맞춤형(소규모 자조모임 등)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데, 인천에선 이런 게 많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인천시 등의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 자녀를 둔 가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장애인 부모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며 "서울의 홈헬퍼와 같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장애인 부모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부모 발굴을 위해 출산지원금을 받을 때 자동으로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 연계되도록 하는 등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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