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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 연천군 군남사랑봉사회 이동희씨

오연근
오연근 기자 oyk@kyeongin.com
입력 2024-06-03 19:41 수정 2024-06-03 19:52

소박한 마음 나눔 "어르신 남은 시간 지켜주고파"


아버지 영향에 공예강사 경력 '밑거름'
30여년 선행 희로애락 보따리 '한가득'
포괄적 이웃사랑… 남편·자식도 힘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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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불혹 끝자락에 접어드니 '아름다운 시간을 더 없이 만들어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연천군 군남사랑봉사회에서 올해부터 감사를 맡고 있는 이동희(49)씨는 "좋은 사람들과 만남이 봉사활동으로 이어지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다"며 소박하고 행복한 자신의 삶을 소개했다.

이씨는 고향인 군남면에서 지난 7년 동안 군남사랑봉사회 총무를 맡아오면서 집수리봉사, 공예, 원예, 건강간식 만들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회원들과 실천해 왔다.



그녀의 봉사는 어린 시절 예비군 중대장과 자경대 활동을 하며 지역봉사에 앞장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또한 18년 유치원 교사생활을 포함한 25년의 공예강사 경력은 오늘날 나눔활동의 든든한 배경이 됐다.

이씨는 20살 대학생 때 동기 및 선후배 8~10명과 동아리를 만들며 지역사회 봉사활동 중심에 첫발을 내디뎠다. 요양시설 등을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 인형극, 밴드공연 등을 통해 노약자 및 마을 어르신들과 교감을 갖기 시작했다.

어려운 이웃과 웃고 울며 함께한 공동체 생활은 그녀가 의정부, 파주 등지에서 유치원 교사로 재직할 때도 부담감을 스스로 이겨내도록 해줄만큼 위로와 자긍심이기도 했다.

어느 날 어르신들이 자신의 집 앞마당에서 삼삼오오 모여 잡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퇴근길에 보고 깜짝 놀란 그녀는 "내가 보답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할머니 말씀에 스트레스로 무거웠던 마음을 한 순간에 날려버리는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비록 가벼운 인사지만 행동으로 보여준 가슴 벅찬 선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슬픈 사연도 있다. 30여 년 봉사활동 기간은 희로애락 보따리다. 이씨는 "어쩌면 시간이 흐를수록 아픈 사연이 늘어간다"고 말했다.

이씨는 "고향 땅이 어르신이 많은 고령화 농촌이기에 잠시 병원에 다녀올 테니 그림 수업 시간 내 자리 남겨놓으라고 부탁만 남겨놓고 돌아오지 못한 어르신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어르신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 짧기에 지켜주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간절한 마음을 토로했다.

지역을 벗어나 포괄적인 봉사활동에 나선 그녀는 지금 회원 18명이 속한 하얀곰돌이를 결성, 지역축제 인력지원 및 국수봉사, 환경교육 봉사활동까지 이어가고 있다.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소박한 마음을 나누는 것 뿐이라는 이씨는 "봉사활동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공유할 뿐이다. 빈자리를 메워주는 남편의 외조와 7살부터 자원봉사원으로 등록한 중·고교생 남매가 엄마를 안아주고 격려해줘서 소박한 자리를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천/오연근기자 oy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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