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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병원도 "휴진"… 발걸음 돌린 환자들 '허탈'

한규준
한규준 기자 kkyu@kyeongin.com
입력 2024-06-18 20:27 수정 2024-06-18 21:15

경기도내 일부 개원병원들 동참
미리 안내 못받은 주민들 헛걸음
온라인 커뮤니티에 실망감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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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소속 개원의 일부가 집단휴진에 돌입한 18일 오전 경기도 한 의원을 찾은 내원객들이 휴진 안내문을 보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2024.6.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8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를 중심으로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과 병·의원 의사들이 집단 휴진에 돌입했다. 경기도내 병·의원은 휴진하지 않은 병원이 다수여서 의료현장의 큰 혼란은 없었지만, 일부 집단 휴진에 참여한 병·의원을 방문한 후 허무하게 발길을 돌린 환자들은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소재의 병·의원 대다수는 정상진료 중이었지만 휴진에 동참한 병원도 심심찮게 있었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은 출입문에 '18일 휴진'이란 안내문만 붙인 채 문을 닫아 병원 안이 캄캄했다.

일부 개원병원은 오전만 진료한 뒤 오후에 휴진했다. 오후 휴진이 예정된 야탑역 인근 내과를 방문한 척추협착증 환자 김모(74)씨는 "약을 다 먹어 급하게 처방 받으러 왔다"며 "약을 못 타면 통증 때문에 굉장히 불편했을 텐데 다행히 휴진 전에 병원에 왔다"고 말했다.

내원하던 병원의 휴진 사실을 미리 안내받지 못한 환자는 헛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장염증세를 보이는 5세 자녀를 데리고 분당구 정자동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찾은 박모(36)씨는 "아이가 아침부터 배가 아프다고 해서 왔는데 휴진 안내문을 보고 너무 당황했다"며 "약한 아이들을 돌보는 소아과가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우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환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휴진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한 병·의원도 눈에 띄었다.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의 한 안과는 휴진 안내문에 불편을 겪을 환자들에게 사과하는 내용과 함께 "미래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에게 양질의 의료혜택이 물려지기 위해 한 결정"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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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1만여명의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6.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이번 집단 휴진에 불참한 의사 역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은 동일하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용인시 수지구의 한 내과의사는 "정부의 의대 증원과 의료정책 패키지에 반대하는 입장은 의협 등 의료계와 동일하다"면서도 "정부가 행정명령 위반 시 행정처분하겠다고 압박하는데, 2주 간 영업정지를 당하면 한 달의 절반을 날리게 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이 같은 휴진 또는 진료시간 축소에 나선 병·의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관련 병원 목록을 서로 공유하며 휴진 동참 병원에 실망감을 표출했다. 용인시 수지구의 한 맘카페에 휴진 병원을 공유한 게시글 댓글에는 "특히 소아과는 충격입니다", "기억해두고 불매해야겠어요.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글이 달렸다.

한편 의료계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 의협이 무기한 휴진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태여서 앞으로 휴진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관련기사 ("진료거부 행위 엄정대처… 의료개혁에 환자 위협말길")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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