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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좌절… 구심점 약한 '인천 정치력' 지적

박현주
박현주 기자 phj@kyeongin.com
입력 2024-06-23 20:11 수정 2024-06-23 20:26

중앙 정치 매몰… 지역현안 뒷전
경주, 영남 정치권 집결과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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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 4차 회의. /외교부 제공

인천이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최적지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지만, 기대와 달리 고배를 마신 배경에는 '정치적 결정'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유치를 놓고 영남권 정치권이 강한 '지역주의'로 한목소리를 냈던 것과 달리 구심점이 약한 인천 정치권은 인천시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는 지난 20일 열린 4차 회의에서 인천·경주·제주 중 경주를 개최도시로 정하는 내용의 건의안을 의결했다.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유치 경쟁이 인천·경주·제주 3파전 구도로 형성됐을 때부터 인천은 국가 균형발전 논리는 물론, 영남 정치권의 강한 지역주의 등 여러 정치적 논리에 부딪힐 가능성이 컸다. 인천이 뛰어난 회의·숙박·관광 인프라와 교통 접근성, APEC 어젠다 연관성 등을 내걸어 객관적 평가지표에서는 우위를 점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주는 APEC 정상회의 후보도시 경쟁 기간 내내 광역자치단체인 경상북도는 물론 인접 지역의 지지를 받으면서 영남 국회의원들과 함께 움직였다. 인천 정치권이 중앙 정치권 현안에 매몰돼 지역 현안을 뒷전으로 둔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정부로서도 조용한 인천 정치권과 달리 집권 여당 다수가 있는 영남 정치권이 집결해 내는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얘기다.

경주는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주낙영 경주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중심으로 경북은 물론, 울산·부산 등 인접 영남 지역 국회의원들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정부에 촉구했다.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당선인 신분으로 지자체장들과 만나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에 힘을 쏟겠다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경주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이 임박한 지난 17일 대구·경북 국회의원 27명과 부산·울산·경남 국회의원 31명 등 58명이 서명한 '경주 유치 지지 성명서'를 개최도시선정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영남 정치권이 끈끈한 지역주의로 막판까지 총력전을 벌인 것과 비교해 인천 정치권에서는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천이 타 지역과 정치적 경쟁에 밀려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인천고등법원 설립 법안은 영·호남 소속 여야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인천·부산 등이 경쟁하는 해사법원의 부산 설치를 조건부로 내걸면서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또다시 APEC 정상회의 유치와 같은 큰 현안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인천 정치권의 구심점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남게 됐다. 여야 구분 없이 정치권과 인천시가 결집력을 갖춰야 타 지자체와 경쟁하는 사안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서다.

인천 정치권 관계자는 "인천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야당 대표 지역구인 데다, 정치 세력화도 떨어지니 정부가 굳이 '선물 보따리'를 내놓아야 할 필요성이 없다"며 "인천 정치권이 당권주자들을 배출해 영향력을 키우고 외연을 확장하는 만큼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로 나서는 등 응집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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