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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더 에이트 쇼, 1층, 인천

김성호
김성호 ksh96@kyeongin.com
입력 2024-06-25 20:06 수정 2024-06-2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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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넷플릭스 드라마 '더 에이트 쇼'의 중요한 갈등 요인 가운데 하나는 쓰레기다. 어느 날 '1층'(배성우)은 각 방에서 배출하는 쓰레기, 정확히 말하면 배변 봉투를 자신에게 버려달라고 다른 참가자에게 제안한다. 그날부터 '1층'이 머무는 방은 다른 7명이 배출한 폐기물을 받아내는 공식 쓰레기장으로 변한다. 마음 여린 '1층'의 제안과 다른 이들의 '승낙'으로 그렇게 환경미화원이 탄생했다.

작품 속에는 '1층'부터 '8층'까지 8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자의 본명 대신 층수를 호칭으로 쓴다. 주최측이 마련해준 방 안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각자 가져갈 상금이 올라가는 것이 이들이 참여한 게임 규칙 가운데 하나다. 그렇게 생긴 상금으로 뭐든지 사서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참가자들 방에는 배설물을 버릴 곳이 없었다.

쓰레기 처리를 자처한 '1층'의 희생으로 나머지 참가자들의 삶의 질은 급격하게 상승했다. 반대로 1층에는 늘 악취가 진동했고 파리가 들끓었다. '1층'은 공공의 질서를 위해 불편함을 감내했다. 다른 참가자들이 가졌던 '1층'에 대한 고마움이나 미안함이 사라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드라마 속 '1층'이 처한 상황과 인천의 상황이 묘하게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의든 타의든 인천은 다른 수도권 도시 주민을 위해 오랫동안 '1층' 역할을 해왔다. 인천은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품고 살았다. 아무리 예쁜 이름으로 세탁한다 해도 '수도권(쓰레기)매립지'라는 본질이 숨겨지지 않는다.



쓰레기 대체 매립지 공모가 결국 무산됐다. 나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없었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내 쓰레기는 내 집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당연하다. 내 쓰레기를 옆집 쓰레기통에 버리면 이상하지 않은가. 하물며 드라마에서도 쓰레기장 역할은 바뀐다. '3층'(류준열)이 '1층'을 대신한다. '3층'의 대사가 기억난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다 해낼 때 사회는 비로소 안정적으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김성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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