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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주택 시장을 끌고가는 '밀당효과'

입력 2024-06-26 20:05

아파트거래량 정상궤도 진입 평가
금리인상 여파 끌어당기는 분양가,
밀어올리는 전월세가격 모두 불안
실수요자 선택지 '기존 주택매물뿐'
정부, 건설사에 채찍보다 당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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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국내 산업 전반을 반도체, 자동차 등의 주력 산업이 끌고 가듯 부동산 시장에서도 가격 지표를 선도하는(혹은 밀고가는) 지역과 유형이 존재한다. 지난 금리 인상 충격으로 급격한 조정을 겪은 이후 회복기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지표가 혼재되면서 수요층에 많은 혼란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럴수록 가격 선도 지역과 선도 유형에서의 흐름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거래량 지표가 점점 올라온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5월기준 5천건, 수도권(서울포함) 매매거래량은 2만건 돌파가 예고됐다.(6월 말까지 집계 후 최종 확정됨) 이는 2021년 하반기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특히 2021년은 주택 가격이 상승했던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거래량 수준이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평가된다. 더군다나 현재는 특례보금자리론의 유동성 효과도 끝난(신생아특례대출은 대상층 제한적)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의 거래량을 이끄는 지역이 작년부터 강남, 송파 등 고가지역이라는 특징도 있다. 일반적으로 허리에 해당되는 중저가 지역이 거래량과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면 이후의 견인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고가지역이 주도한다면 견인효과가 그 다음 수준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부동산은 실물이기 때문에 물가 지표에 대해 시차를 두고 반영한다. 예를 들어 매년 5%씩 아파트 가격이 올라도 물가가 매년 5%씩 올랐다면 해당 자산 가격은 제자리걸음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실물자산 성격에 따라 최근에는 신축 분양가부터 본격적으로 단기 급등한 인플레 요소를 반영하는 분위기다. 신축 분양가의 구성 요소에는 인건비와 물류비, 금융비용, 자잿값 등이 모두 더해진다. 신축 중심의 분양가격은 서울 기준으로 2022년에 3.3㎡당 2천800만원(전용 84㎡ 기준 9억원 수준)에서 현재는 3.3㎡당 4천만원(전용 84㎡ 기준 13억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경제 원리로 해석할 때 어떠한 시장이든 신제품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가격이 오를 경우 기성품의 가격이 움직이는 동력원이 된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분양가가 끌고가는 견인 효과에 더해 최근에는 아래에서 밀어올리는 효과까지 추가됐다. 사용가치의 대표격인 전세가격이 작년 7월 이후 1년 가까이 오르면서 무주택 임차인들의 매매 갈아타기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세가격은 매매가격에 대한 대표 선행지표로 통용되는데, 전세가격이 불안해질수록(불확실해질수록) 무주택자가 매매시장으로 이탈하면서 자연스럽게 매매거래량 건수가 늘어난다고 해석된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필수재에 해당되는 주택은 주거안정성 관점에서 전월세 시장과 신축분양가가 모두 불안해질 경우 선택지가 기존주택 매물 경로 한 가지만 남는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에 따라 최근 1~2년 사이 주택에 대한 의사결정을 미뤄왔던 상황에서 끌어당기는 쪽(분양가)과 밀어올리는 쪽(전월세가격)에서 모두 가격이 불안해졌고 볼 수 있다. 즉 향후 신축 공급(입주)이 지속적으로 된다는 기본 전제가 있어야 수요층이 대기하면서 기다릴 수 있는데 오히려 2~3년 뒤의 공급 감소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서 월 단위로 발표하는 주택 공급량 지표에서 인허가와 착공, 분양 등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모두 급감세다. 분양 이후 3년여의 공사가 확정된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2만4천가구 수준이지만 2026년에는 5천가구 수준으로 급감한다. 수도권 또한 2024년 16만가구에서 2025년 12만가구, 2026년 7만가구로 아파트 입주물량의 반토막이 예고됐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최근의 원가상승 국면과 부실 공사 및 하자 이슈 등으로 인해 당분간 민간 건설사들의 신규 수주를 기피하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향후 신축 공급은 물론 거래량 증가로 인해 구축 매물 확보 등이 모두 어려워질 경우 수급불균형 이슈가 재발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는 규제 완화 관점에서 공급 주체인 민간 건설사를 독려할 수밖에 없다. 즉 정부가 대중 앞에서는 건설사에 채찍을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근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평가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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