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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10곳중 9곳 소각장 미정… 파격 인센티브·강력 제재 필요

유진주
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입력 2024-06-26 20:35 수정 2024-06-27 14:19

[꽉 막힌 쓰레기매립지, 이대로는 안 된다·(中)] 직매립 금지 미뤄지나, 여건부터 만들어야


남양주 제외 대부분 주민반대 중단
신규 건립땐 정부 지원 대폭 확대

타 지역 폐기물 처리 가산금 높여
종량제 봉투값 인상 등 체감해야


청라소각장.jpg
인천시는 오는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송도 소각장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사업비 산정을 진행 중으로, 내달 중 사업비가 구체화할 전망이다. 여유 소각용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현대화 사업과 함께 소각장의 용량을 늘리는 증설이 필요한데,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어 증설 여부를 두고 지역사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인천서 운영중인 소각장 중 하나인 청라소각장. /경인일보DB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사용 종료' '대체매립지 확보' '수도권 소각장 확충' 등 세 가지 현안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사안이다.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해선 대체매립지가 마련돼야 하고, 소각장 확충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가 무용지물이 돼 대체매립지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폐기물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세 가지 현안은 얽히고설켜 있는 난제로 수년간 진전을 보지 못했다. 각 지자체 입장에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소각장 확충인데, 주민 반발에 부딪혀 성과 없이 수년간 쳇바퀴만 도는 형국이다.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소각장 확충사업은 제자리걸음이다. 폐기물 처리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이 사안을 지자체에 맡긴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환경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환경부와 수도권 지자체 간 합의에 따라 현재 이용 중인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량 최소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며 "수도권 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쓰레기 대란 등 문제에 직면할 경우 기존 수도권매립지를 활용하는 계획이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소각장 확충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지자체들이 소각장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정부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지지부진한 소각장 확충

환경부는 2022년 민선 8기 단체장들의 임기가 시작된 날, 생활폐기물 매립량이 많은 수도권 지자체 10곳에 소각장 설치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민선 8기 임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소각장을 적기에 확충해달라는 것이 환경부 핵심 요구였다.

대상이 된 곳은 인천시와 서울시를 비롯해 경기 고양·부천·안산·남양주·안양·화성·김포·광주시 등 10곳이다. 이들 지역은 생활폐기물 발생량 대비 일평균 처리 용량이 50t 이상 부족한 '쓰레기 대란 발생 우려 지역'이다.

26일 경인일보 취재 결과, 민선 8기 단체장 취임 2주년을 앞둔 현재 이들 10개 지자체 중 자원순환종합단지를 추진하고 있는 남양주시를 제외하고는 소각장 확충 문제가 해결된 곳은 없다. 9곳은 새로운 소각장을 건립하기 위한 부지(후보지)를 선정하거나 기존 소각장 증설 등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들 지자체는 공통적으로 주민 반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하루 1천t을 소각할 수 있는 규모의 신규 소각장 후보지로 마포구 상암동을 2022년 8월 선정해 발표했다. 소각시설은 지하에 건립하고, 지상부에는 공원·문화시설·전망대·놀이기구 등을 설치해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게 서울시 구상이었다.

그러나 서울시 발표 직후 마포구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시에 입지 선정 결정 고시를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권역별로 소각장(자원순환센터) 확충에 나섰던 인천시 역시 지난해 후보지역 주민들의 큰 반발에 부딪히며 입지 선정 절차가 무산된 경험을 갖고 있다. 인천시는 서부권(인천 중구·동구·옹진군) 예비후보지를 5곳으로 추렸지만, 이들 모두 영종 지역에 몰려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강한 비판 여론이 일었고 결국 소각장 확충사업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인천시도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덴마크 코펜하겐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 등을 사례로 들며 주민 편의시설을 포함한 소각장을 건립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계양구 등 일부 지자체는 인천시가 주도하는 군·구 실무협의회에도 참석하지 않으며 소각장 입지 선정 절차조차 밟지 않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기획 송도소각장
인천시는 오는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송도 소각장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사업비 산정을 진행 중으로, 내달 중 사업비가 구체화할 전망이다. 여유 소각용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현대화 사업과 함께 소각장의 용량을 늘리는 증설이 필요한데,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어 증설 여부를 두고 지역사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하루 540t의 쓰레기를 감당하는 송도소각장 2024.6.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편의시설 등 인센티브만으로는 부족… 현실성 있는 제도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소각장 확충과 관련해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선 정부가 파격적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을 법제화하고, 관할구역 이외의 지역에서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경우 반입협력금을 부과·징수한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했다. 군·구(기초자치단체)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해당 기초단체가 처리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소각장을 건설할 땐 두 개 이상의 군·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광역시설로 지을 경우에만 국비(40%)를 지원한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요소로 소각시설을 지하화해 건설할 경우 소각장 비용은 최소 1.5배 증가한다.

현재 환경부가 산정하는 소각시설 설치 단가는 1t당 4억원 정도다. 신규 소각장을 설치하기 위해선 많게는 수천억원의 비용이 드는데, 국비 40%를 지원받더라도 나머지 비용에 대해 군·구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소각장이 없는 지역에 대한 제재(페널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법상 소각장 등 폐기물 처리시설을 운영하는 지자체는 다른 지역의 폐기물을 처리할 때 반입수수료 외에 가산금을 받을 수 있다. 가산금은 각 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폐기물 처리 수수료의 최대 10% 범위 내에서 정할 수 있다. 현재 수도권매립지를 이용하는 서울과 경기도 등이 반입수수료의 50%를 인천에 가산금으로 내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박수영 (사)한국화학안전협회 교수는 "소각장이 없는 지역이 내는 가산금 등 금액이 작다 보니 소각장이 없는 군·구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차라리 지역 예산으로 가산금을 내고 말지 굳이 소각장을 지을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가산금을 올리면 해당 군·구가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쓰레기 종량제 봉투값을 높이는 등 주민들이 체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제도는 인천시 등 지자체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환경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위치도·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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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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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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