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사설] 다시 마주 앉은 여야, 국민 눈높이 헤아려야

입력 2024-06-26 20:03 수정 2024-06-26 20:08

법사위서 인사하는 정청래 위원장과 유상범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왼쪽)과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법'(방송3법)을 상정해 심의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4.6.25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상임위원회로 돌아오면서 국회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난 25일엔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한 4개 상임위가 열렸다. 그런데 여야 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첫날부터 고성과 막말로 얼룩졌다. 볼썽사나운 모습들이 곳곳에서 노출됐다. 심지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장면도 있었다.

법사위에선 의사봉을 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위원장과 여당 간사 유상범 의원이 충돌했다. 유 의원이 정 위원장의 진행에 문제를 제기하자 정 위원장이 "근데 의원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라고 묻는다. 그러자 유 의원이 "위원장님 성함은 누구십니까?"라고 되받아친다. 시작 6분 만에 회의가 중단됐다. 그 이후에도 유치한 말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존경하고픈 정청래 위원장님"이라고 호칭하자 정 위원장은 "존경할 마음도 없으면 '존경하고픈'도 자제해주시고"라고 답했다. 개그도 그런 개그가 없었다. 머잖아 TV 코미디쇼의 소재가 될만하다.

그나마 교육위가 보여준 모습들이 위안이 됐다. 먼저 착석해 있던 야당 의원들은 상임위 회의장으로 들어오는 여당 의원들을 박수로 맞이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위원장이 진심 어린 환영 인사를 했다. 여당 의원 일부가 야당의 상임위 운영에 대해 유감을 나타내긴 했으나 야당 의원들은 묵묵히 들어주었다. 의원들이 차례로 인사할 땐 여야 모두가 박수로 화답했다. 언론은 국회에 협치의 숨통을 틔워 놓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품위와 상호 존중이 사라진 지금의 국회에선 두 번 다시 보기 어려운 장면이 될 것 같다.

다음 달부터 국회에서의 여야 격돌이 본격화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이달 중으로 예정했던 당론 1호 법안 '채 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이른바 '2특검·4국조'를 7월에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이날 법사위는 의결 정족수를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의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야당 의원들만으로 통과시켜 본회의에 부쳤다. 이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야의 대격돌을 피할 수 없는 정국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더 이상 그렇게 유치하고 민망한 모습들은 보여주지 않길 바란다. 싸우더라도 품위를 좀 지켜가며 싸우길 바란다. 국민의 눈높이를 좀 헤아릴 줄 아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당장 타협과 협치의 공간을 만들진 못하더라도 목표 만큼은 그렇게 두어야 한다.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