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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명경시 재해불감증 사회 맨얼굴 보여준 화성화재

입력 2024-06-26 20:03 수정 2024-06-27 10:00

화성 공장 화재 국과수 합동 감식 / 드론
25일 오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자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사수연구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4.6.25/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화성시 화재 참사 수습작업이 본격화되었다.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이 서신면 전곡리의 일차전지(리튬) 제조업체인 아리셀에 대한 합동감식작업을 진행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 책임과 관련해 아리셀 대표 등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리튬배터리가 새삼 주목되고 있다. 가볍고 용량이 크며 재충전 사용이 가능한 고성능 전지로서 각종 산업용 기기는 물론 핸드폰, 노트북 등 휴대용 전자기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국에 일차전지 또는 축전지(이차전지) 제조업체가 609곳인데 33%인 204곳이 경기도 내에 소재하고 있다. 이중 88곳은 아리셀과 같은 리튬배터리 제조업체로 산업단지 밀집도가 높은 시군에 몰려있다. 화성이 41곳으로 최다이고, 수원 19곳, 안산·안양 15곳, 시흥 14곳, 부천·평택 13곳, 성남 12곳, 군포 11곳 등이다.

도민들이 '시한폭탄'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며 불안해하는 이유이다. 리튬은 위험물질임에도 화재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소방청의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CP)'에도 배터리 제조공장 화재사고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응절차가 없다. 또한 아리셀 공장에는 배터리 3만5천개가 밀집 보관돼 연쇄폭발 위험이 컸지만 한 차례 자체 점검 후 소방서에 신고만 하면 되도록 안이하게 대처했다.

리튬배터리는 리튬, 니켈, 망간, 탄소 등이 주원료이나 각각의 경우 사용하는 재료가 조금씩 다르다. 재료에 따라 화재 양상과 배출하는 독성물질도 차이가 난다. 고온이나 고압 등으로 폭발 또는 화재가 발생할 때 배터리 내부물질들이 각각 다르게 화학반응하기 때문에 화재 시 물을 사용해야 하는지 모래를 써야 하는지 진압방식에 차이가 있다. 초기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어 미국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납품할 때 열폭주 관련 위험정보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더욱 딱한 것은 외국인 근로자의 불법파견이다. 현장에서 사망한 23명 중 18명이 외국인으로 한국말이 서툰 데다 현장지리에도 익숙지 않아 집단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명 경시의 천민자본주의가 낳은 비극이었다. 빠른 기술진보와 노동시장 변화에 부합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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