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with+] 윤동주 시인과 서시

입력 2024-06-27 20:02

'죽는날까지… 한점 부끄럼 없기를'
읽으면 서러움·고절감 파도처럼 와
18세 나이 '삶과 죽음' 등 첫시 써내
아직까지도 '별 헤는 밤'은 사랑받고
'참회록'을 남겨 독자들 숙연하게 해


2024062801000308900031882

김윤배_-_에세이필진.jpg
김윤배 시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인 윤동주의 서시를 읽노라면 순결한 청년의 서러움과 고절감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윤동주는 1917년 12월30일 아버지 윤석영과 어머니 김룡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9세 되는 1925년 4월4일 명동소학교에 입학했다. 12세 1928년부터 14세 1930년까지 급우들과 함께 '새명동'이라는 잡지를 만들었다. 청소년기의 꿈이었다.

15세인 1931년 3월15일 명동 소학교를 졸업하고 16세에는 은진중학교에 입학했다. 18세인 1934년 12월24일 '삶과 죽음' '내일은 없다' 등의 시를 썼다. 이 작품들은 그의 최초의 시편이다.



19세인 1935년 은진중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평양 숭실중학교 3학년 2학기로 편입한다. 같은해 숭실중학교 문예지인 '숭실활천'에 시 '공상'이 처음 활자화 되었다. 20세인 1936년 신사참배 강요에 항의하여 숭실학교를 자퇴하고 광염학교 중학부에 편입한다.

간도 연길에서 발행되던 '카톨릭 소년' 11월호에 동시 '병아리'를 발표하고 이어서 12월호에 '빗자루'를 발표한다. 22세인 1938년 4월9일에 서울의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 문과에 입학한다. 23세인 1939년 산문 '달을 쏘다' 시 '유언'을 발표한다. 25세인 1941년 자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77부 한정판으로 출간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27세인 1943년 독립운동 혐의로 검거되고 작품과 일기가 압수된다. 28세인 1944년 후쿠오카 형무소에 투옥된다. 29세인 1945년 해방되기 여섯 달 전, 2월16일 큐슈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을 거두었다.

윤동주는 '서시'를 비롯해서 주옥같은 시편들을 남겼다. 지금도 '별 헤는 밤'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어머님/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내 이름자를 써보고,/흙으로 덮어버렸습니다.//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내 이름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윤동주는 '참회록'이라는 시를 남겨 독자들을 숙연하게 한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가//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김윤배 시인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