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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방치한 '보람채'… 보람 찬 가치 발견한 주민들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下)]

공지영·김성주·이시은
공지영·김성주·이시은 기자 jyg@kyeongin.com
입력 2024-06-27 20:53 수정 2024-06-28 13:54

시민 힘으로 되찾아야


광명 낡은 아파트 "역사 이어야"
반년간 1만2천명 서명운동 성과
민심 확인… 市 부지개발 적극적


보람채아파트 (6)
과거 구로공단(현 가산디지털단지)에 근무하는 여성 청년노동자들을 위한 숙소였던 보람채 아파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서울시내 미혼 근로여성들에게 보금자리가 돼 주었지만, 지난 2015년 폐쇄됐다. 철문이 굳게 닫힌 채 9년째 방치된 이 아파트는 곳곳에 수풀이 우거져 마치 도심 속 섬을 연상케 했다. 2024.6.2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나고 자라야지만, 애향심이 발휘되는 건 아니다. 직장 때문에, 결혼을 해서, 혹은 집값에 밀려, 다양한 이유로 이주했고 정착했지만 그 삶이 이 곳에서 계속된다면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 그게 애향심이다.

경기도의 '위성도시'들이 도시를 개발하는 데 갖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바탕에 시민들이 있었고, 애향심이 원동력이 돼 국가주도 개발의 불합리성에 맞섰다. 이렇게 시민주도로 개발 자치권을 되찾는 움직임들이 최근들어 늘고 있다.

 

 

김성동씨는 매일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보람채 아파트가 궁금했다. 광명 한복판에, 낡은 아파트가 너른 부지를 차지한 채 방치된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알아보니, 국가소유의 땅이라 광명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란 걸 알게 됐다. 고심 끝에 그는 기획재정부로부터 보람채 아파트를 돌려받자는 취지의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일일이 시민들을 만나 보람채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이제는 광명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을 설득했다. 그의 용기있는 움직임에 하나둘 시민들이 움직였다.



그렇게 광명 하안2동과 4동 시민 16명을 주축으로 한 시민모임이 탄생했다. 시민모임 회원들은 밤낮없이 광명시내를 돌며 서명운동에 매진했다.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보람채의 역사를 설명하고 설득했다.

함께 마음을 모은 끝에 6개월만에 광명시민 1만2천여명이 서명하는 성과를 이뤘고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에 전달됐다. 이렇게 시민 간의 연대는 정부에 빼앗긴 지자체의 '개발 자치권'을 되찾는 동력이 됐다.

김씨는 "우리가 큰 힘이 될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광명 한복판에 건물이 흉물로 남아 있는데, 시에서 개발을 하고 싶어도 광명 땅이 아니다 보니 건드리지도 못하는 게 안타까웠고 그런 마음들이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에 힘입어 광명시도 현재 보람채 아파트 부지의 개발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 관련기사 ("빼앗긴 자치권 회복, 지자체 중심 테이블 확대를")

/공지영·김성주·이시은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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