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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너무 늦은 반도체특별법, 지체 없이 처리해야

입력 2024-06-27 20:00 수정 2024-06-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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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부지로 용인시를 낙점한 때가 2019년 2월의 일이다. SK는 클러스터에 총 4기의 반도체 생산 팹을 건설할 계획인데 이 중 1기가 내년에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 예정이라고 한다. 부지 확정 후 무려 8년만에 4기의 공장 중 1기로 겨우 클러스터의 꼴을 갖추는 셈이다.

사업이 이렇게 지체된 이유는 토지보상과 지자체 인허가에 시간을 뺏겼기 때문이다. 특히 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지자체와의 협상에만 1년 6개월 진을 빼야 했다.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은 송전선로를 확보하는데 5년이 걸렸다. 이런 식이면 윤석열 정부의 경기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도 계획대로 진행될지 장담할 수 없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규제와 민원의 장벽을 기어서 넘는 동안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경쟁국들은 행정·입법부와 지방정부가 반도체 선도 기업 유치에 협력하고 있다. 미국은 삼성전자에 64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텍사스 등 주정부는 세금과 부지 확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삼성은 20년 동안 250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밝혔다. 대만 TSMC가 투자 계획을 밝히자 일본 정부는 2년도 안돼 공장을 완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정부도 정권마다 초대형 반도체 산업 육성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지원은 없었다. 지원을 위한 입법은 국회에서 좌절됐다. 재벌 지원에 대한 반발 정서가 국가 경제의 명운을 압도했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동시에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했다.



특별법의 기본 골자는 규제 해소와 세제 및 보조금 지원이다. 즉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을 가로막던 전력·용수 공급 규제를 중앙정부가 직접 해소해 주고, 반도체 투자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과 정책자금 지원책을 담았다. 김태년 의원이 발의한 민주당 특별법안에 담긴 세금감면 폭과 보조금 지원은 국민의힘 특별법안보다 파격적이다. 정치적 배경을 초월해 신속하게 단일안을 만들 수 있다.

시간이 생명인 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특성상 국가적 지원으로 무장한 미국, 대만으로 산업 주도권이 넘어갔다는 위기 경보가 울린 지 오래다. 이제는 미국이 삼성과 SK의 첨단 반도체 생산기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비극적이다. 이제서야 반도체 특별법이라니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래도 이마저 지체시키면 희망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다. 정부 여당과 야당이 단일안을 만들어 지체 없이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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