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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전쟁과 평화를 노래한다… 인천시립합창단 ‘모차르트 레퀴엠’

박경호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입력 2024-06-29 15:33 수정 2024-06-29 16:54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의 넋을 위로한 ‘레퀴엠’

비통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종전, 평화 기원

펜데레츠키 현대적 레퀴엠 비교도 흥미로워

“펜데레츠키 레퀴엠 전곡 연주 계획도 있어”

인천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 ‘모차르크 레퀴엠’ 공연 모습.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인천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 ‘모차르크 레퀴엠’ 공연 모습.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레퀴엠’(Requiem)은 ‘안식’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죽은 이를 위한 미사를 할 때 연주하는 진혼곡(鎭魂曲)이다. 하느님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길 청하고, 죽은 이의 넋을 위로하는 종교음악이다.

모차르트가 최후까지 작곡했으나 끝내 완성하지 못한 유작 ‘레퀴엠’(K.626)이 근래 국내외에서 빈번하게 연주되고 있다. 연주되는 이유도 비슷하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종식과 희생된 이들에 대한 애도, 그리고 영원한 평화를 위한 기도.

지난 27일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에서 열린 인천시립합창단 제186회 정기연주회 ‘모차르트 레퀴엠’이 ‘호국보훈의 달’에 마련된 이유도 이와 같다고 윤의중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설명했다. 윤의중 시립합창단 예술감독은 지난 4월 12일 취임 연주회 이후 두 번째로 이번 무대를 준비했다.

공연은 폴란드의 현대 음악 거장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폴란드 레퀴엠’ 마지막 악장 ‘아누스 데이’(Agnus Dei·주님의 어린양)로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의 아픔이라는 역사적·개인적 경험이 녹아든 이 곡은 인간의 목소리만으로 죄를 인정하고 평화와 영원한 안식을 간절히 바라는 ‘폴란드 레퀴엠’의 유일한 아카펠라 합창이다.

펜데레츠키의 작품으로 시립합창단의 전성기를 연상하게 했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현대적 레퀴엠과 이어진 모차르트 레퀴엠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윤의중 예술감독은 “침략에 시달린 폴란드와 우리나라 상황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며 “펜데레츠키의 ‘폴란드 레퀴엠’ 전곡을 연습해 선보일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 ‘모차르트 레퀴엠’ 공연 모습.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인천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 ‘모차르트 레퀴엠’ 공연 모습. /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딜라잇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반주로 슬프고 처절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의 합창에 소프라노 이해원, 메조소프라노 방신제, 테너 김범진, 베이스 최성규 등 젊은 솔리스트들의 개성 있는 목소리가 더해졌다. 모차르트의 생애를 그린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의 장례식 장면에 삽입된 곡 ‘라크리모사’(Lacrimosa·눈물의 날)가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시립합창단의 하모니로 장엄함과 비통함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곡이었다.

앙코르 곡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 코르푸스’(Ave Verum Corpus·거룩하신 주님의 몸)까지 인류애를 구하는 목소리가 내내 공연장을 채웠고, 청중도 공감했다.

한편, 시립합창단은 내달 22일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에서 그동안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영화음악들을 연주하는 공연 ‘시네마 어드벤쳐’를 개최해 분위기를 전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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