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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 광명 '길고양이친구' 오지영 대표

김성주
김성주 기자 ksj@kyeongin.com
입력 2024-07-01 19:31 수정 2024-07-01 19:35

재건축 현장서 병들고 버려진 야옹이들의 '천사 집사'


2019년부터 150여마리 새가족 찾아
재정 부담보다 더 힘든건 '부정 시선'
지구서 함께 사는 존재로 봐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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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광명길고양이친구 대표가 재건축현장에서 구조한 고양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명/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지구별에 잠시 살아가는 우리, 함께 살아가는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세요."

광명시의 스카이라인은 매일 변화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누군가는 허물어진 잔해 속에서 추억의 파편을 찾고, 새로 들어설 미래에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그곳에서 영문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달라진 현재만을 살아가는 존재가 있다.

광명 길고양이친구 오지영 대표는 "광명시에는 매일 건물들이 사라지고 생기는 개발현장이 많다"며 "이 곳에는 살아온 터전을 잃거나, 버려져 병들고 다쳐 죽는 동물들이 많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길고양이친구는 개발지역에서 병들고 다친 길고양이를 치료하고 새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2019년부터 약 150마리의 고양이가 새로운 가족을 찾았다.

오 대표는 "산책하던 중 개발현장에 버려진 고양이를 2개월 가량 맡아줄 사람을 찾는 전단을 보고 돌보는 일을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2019년 광명시 뉴타운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길고양이 수는 급증했다. 길고양이친구 봉사자들은 한 구역에서 100여 마리씩 쏟아지는 길고양이들을 무시하지 못하고 뜻을 모아 월세를 얻어 고양이를 돌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세 월세에서부터 사룟값, 무엇보다 치료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이때 길고양이친구는 광명시를 찾아 도움을 청했고, 시가 개발지역 동물돌봄센터로 운영하면서 재정적 부담을 일부 덜 수 있었다.

그러나 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구조해야 할 고양이 수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오 대표는 "병들고 다친 길고양이도 있지만, 이사를 가면서 두고 가는 품종묘들도 많다"며 "쉽게 분양받을 수 있는 구조와 병이 들면 치료비를 부담하기 싫다는 무책임한 마음이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가장 힘든 부분으로 재정적 부담보다 '부정적 시선'을 꼽았다. 사랑스런 고양이지만,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일부러 민원거리를 만들어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드는 분도 계시지만, 우리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항의도 못한다"며 "다만, 잠시 왔다가 가는 삶에서 함께 이 지구에 살아가는 작은 존재들에 대해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재정적으로 부담되고, 돌보는 것도 힘들다. 돌보던 고양이가 죽으면 슬픔도 크다"면서도 "그래도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고양이들의 모습에서, 좋은 가족을 만난 고양이들을 보면 다시 힘이 난다"며 재건축 현장에 버려진 동물을 보살피는 일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광명/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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