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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운동 마일리지 사업에 '기금'보다 '예산' 확대 촉구

입력 2024-07-02 20:00

한국인 건강수명은 65.8년 불과
정부의 '튼튼머니' 확대 바람직
스포츠 재정, 기금의 비중 급증
수입 예측 어려워 안정성 우려
'복권지출 역진세' 문제 발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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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작년에 발표한 2023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6년으로, OECD 국가 평균 80.3년보다 더 높다. 그러나 한국인의 평균 '건강수명(기대수명 중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은 기간을 제외한 건강한 삶을 유지한 기간)'은 기대수명에 비하여 훨씬 짧다. 2022년 통계청의 생명표에 의하면 평균 기대수명이 82.7년인데 평균 건강수명은 65.8년에 불과해서 기대수명 중에 아픈 기간이 무려 16.9년에 이른다. 평균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간의 격차가 거의 17년인 것은 개인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국가의 사회적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정부는 '건강한 국민'을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야 하며, 대표적 정책이 국가건강검진제도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건강한 국민 양성을 위해서 올해부터 운동하는 사람에게 경제적 보상을 주는 스포츠활동 인센티브, 일명 '튼튼머니'라는 사업을 시작하였다. 튼튼머니 사업은 11세 이상 국민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면 일종의 마일리지 개념으로 '튼튼 머니(money)'를 지급 받아서 스포츠용품을 구매하거나 스포츠 시설, 약국, 병원 등에서 쓸 수 있는 복지 서비스다. 스포츠 활동 인증 횟수는 연간 최대 40회이고 1인당 최대 5만원까지 쓸 수 있다. 이 사업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국민체력100' 누리집(nfa.ksp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6월19일에 국민의힘의 문화체육관광특별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와 당·정회의를 하여 튼튼머니 사업을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하였다. 사업의 참여자 수를 올해 1만명에서 내년 8만명, 2028년까지 50만명으로 확대하고, 튼튼머니를 적립할 수 있는 스포츠 시설을 5배 증설하고, 예산도 올해 5억원에서 40억원까지 증액할 것을 약속한다고 발표했다.

이 시기에 정부가 국민의 운동 참여를 촉진하는 사업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발달로 인하여 일상에서 걷기, 장보기, 청소하기 등의 신체활동을 하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생활환경이 되고, 디지털 여가 시간이 증가하기 때문에 운동을 촉진하는 튼튼머니 사업은 앞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사업의 확대에 있어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스포츠 재정에서 '예산'보다 '기금'에 의존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재정'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행정 활동이나 공공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자금을 만들어 관리하고 이용하는 경제 활동을 가리키며 보통 '예산'과 '기금'으로 이루어진다. 스포츠 재정은 국민의 납세로 이루어지는 '예산'과 '국민체육진흥기금(기금)'으로 이루어지는데 기금 수입원의 90%가 체육진흥투표권(일명 스포츠토토), 경륜, 경정 사업, 복권 사업에서 나온다.

그런데 중앙정부 스포츠 재정을 보면 2009년에 예산 2천135억원, 기금 3천860억원으로 예산과 기금의 비율이 35.6% 대 64.4%였다가 2021년에 예산 2천164억원, 기금 1조5천430억원으로 비율이 12.3% 대 87.7%로 10여 년 사이에 기금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재정 운영에서 예산으로 하는 정부 사업은 매년 수입 규모가 일정하여 사업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이 높지만, 기금 사업은 매년 수입 예측이 어려워서 사업 안정성과 지속성 확보가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스포츠토토나 경정, 경륜에서 투표권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인데 이들이 지불하는 비용으로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튼튼머니로 지불하는 것은 '복권지출의 역진세'(소득이 적은 사람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하는 현상)' 문제를 가중시킨다. 따라서 튼튼머니와 같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 복지 사업은 국민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필수 사업으로서 안정적으로 지속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복권 지출의 역진세 문제를 감소하기 위해서 기금이 아니라 예산으로 집행할 것을 촉구한다.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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