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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를 수도권의 제주로!·2]천연기념물 해치는 것들

정진오 정진오 기자 발행일 2008-11-14 제0면

붕괴직전 콘크리트 장벽… 녹슨 쇠막대기… 군부대 해안시설물 '빼곡'

   
▲ 해안가 옹벽
사곶천연비행장 해변 소나무 숲을 따라 길게 세워진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 아름다운 해안가 백사장에 박아 놓은 일명 '용치'. 섬 전부를 감싸고 있는 군 경계용 철책 등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는 백령도의 아름다움을 빼앗는 것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백령도에는 그 빼어난 경관을 시샘하는 것도 많다. 북녘 땅과 마주하고 있다보니 생겨난 것들이다. 해병대 경계용 철책은 섬외곽 전부를 두르고 있고, 몇㎞에서 몇백씩 되는 콘크리트 장벽은 해안 곳곳에 거대한 장벽이 돼 서 있다. 또 백사장이 아름다운 해안가엔 어김없이 무시무한 모양의 '용치'가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모두 군부대가 방어용으로 설치한 것들이다.

백령도에서 만난 섬 주민과 관광객들은 한결같이 이들 시설물이 백령도의 아름다움을 빼앗는 것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용기포항에 내린 관광객들은 사곶천연비행장 해변을 먼저 보게 된다. 조물주의 섭리가 빚어낸 백령도만의 신기함도 잠시뿐이다. 해변 소나무 숲을 따라 길게 세워진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 짜증을 부른다.

주민들은 이 장벽이 해풍의 흐름에 큰 변화를 줘 단단함이 생명인 사곶비행장의 백사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용치

시간이 갈수록 활주로 역할을 하는 백사장의 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세계에 단 두 곳뿐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곳을 보호하기 위해선 이 콘크리트부터 헐어내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이런 콘크리트 장벽은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연화리 해안과 하늬해변 등 백령도 곳곳에 있다. 또 시멘트에 긴 쇠막대기를 박아 놓은 일명 '용치'가 해변에 박혀 있다. '용치'는 용의 이빨이라는 뜻이란다. 모두가 적의 해상침투를 막기 위한 시설물이다.

관광객들은 천연기념물인 감람암 포획 현무암이 있는 하늬해변을 찾았다가 무너졌거나 붕괴 위기에 처한 아찔한 모습의 콘크리트 장벽을 보고는 소름이 돋을 만큼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들 시설물은 대개가 1970년대 중반 이후에 설치됐다.

   
▲ 철책

70년대 초반 백령도 해병부대에서 근무한 사람들은 당시에도 섬 전체가 군사기지 역할을 했지만 해안을 빙 두른 철책과 옹벽, 용치 등의 시설물은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 군 당국이 얘기하는 작전상의 이유도 쉽게 납득할 수 없다고 한다. 바로 옆 대청도와 소청도 역시 접적지역이지만 해안 철책은 없다는 것이다.

환갑이 다 됐다는 한 주민은 "70년대 중반에 이곳에서 근무했던 부대장이 괜한 시설물을 만들어 놓고 가는 바람에 천혜의 관광지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았다"면서 당장 철거를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백령도 해병대 관계자는 "최접적 도서이고 적과 대치하고 있다보니 최소한의 방어책으로 철책과 콘크리트 장벽, 용치 등의 시설물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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