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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이 할퀴고 간 농촌 '우울한 설'

연합뉴스 입력 2011-01-27 13:23:00

피해농가들, 경제적 어려움ㆍ스트레스 호소

   
▲ 설을 1주일 앞두고 있는 26일 경남 김해시 동상동 김해재래시장이 강추위에다 구제역 등의 여파로 뻥튀기로 쌀강정을 만드는 한 가게가 작업을 중단한채 썰렁하다.상인들은 올해 최악의 설 대목을 맞고 있다며 난리다. (사진=연합뉴스)

   "보상금으로 우선 설 차례상 준비부터 해야지.."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경북 경주의 구제역 피해 농가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스트레스로 우울하고 힘든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경주에서 첫 구제역이 발생해 36농가가 예방적 살처분 등으로 키우던 소를 묻은안강읍에는 27일에도 축사가 있는 마을 주변 10곳의 초소에서 차단방역이 계속됐다.

   안강읍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6곳, 경주시에서 4곳의 방역초소를 운영하고 있다.



 구제역으로 소 14마리를 묻은 A(66)씨는 "그동안 돈나올 데가 없었는데 며칠 전에 보상금이 50% 정도 나왔더라"며 "제사가 제일인데 이걸로 우선 설 차례상에 올릴음식 장이라도 봐야지"라며 씁쓰레했다.

 A씨는 자신의 소가 구제역에 걸렸다는 충격과 이웃에 구제역이 확산된 데 대한 자책감으로 며칠동안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기름값 부담때문에 보일러도 아침, 저녁으로 잠깐만 가동하고 전기장판과 연탄 난로로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웃에서 전국의 소가 모두 구제역에 걸리는 데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줘 조금 위로가 됐다"며 "차도 없고 할 일도 없고 밖에도 나가지 않으니사람 구실을 못하는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또 "보상금이 나오지만 곶감 빼먹듯 쓰다보면 나중에 송아지 입식 자금도 없어질 게 뻔한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B(65)씨는 "농장에 키우던 소를 묻고 집안 식구와 그 곳에 술도 붓고 했는데 설에도 한번 찾아볼 것 같다"며 "하루 아침에 자식같이 기르던 가축을 농장에 매몰했는데 농장을 볼 때마다 마음이 우울하고 잠도 잘 안온다"고 괴로워했다.

 그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니 갈 곳도 없고 주변 사람 보기에 미안하고 마음이안좋다"며 "소를 다시 키울려고 해도 겁도 나고 소 얘기 하니 다시 우울해진다"며 목이 메는 듯 했다.

 그는 불면증과 스트레스로 정신보건센터에 가서 상담도 받고 병원에서 안정제를받아 복용하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고 했다.

 구제역 피해 주민들의 상담을 해주고 있는 경주시정신보건센터 관계자는 "찾아오는 분도 있고 전화상담을 하는 분도 있는데 대부분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다"며 "구제역 발생에 따른 이웃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에 대한 원망 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24마리의 소를 구제역으로 매몰처분한 C(55)씨는 "송아지 팔 때가 다 됐었는데 팔지도 못하고 매몰했다"며 "보상금이 아직 안나왔는데 돈줄이 막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마당에 밀린 사료대금에 대한 독촉이 들어올까 노심초사했다.

 구제역 피해 농가들은 보상금 산정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한 축산농은 "7개월 이상된 소는 500만원 보상해주는데 3일이나 10일이 모자라 7개월이 안된 소는 300만원밖에 해주지 않는다"며 "이렇게 되면 며칠 차이로 보상금이 200만원 차이가 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융통성 있는 보상을 요구했다.

 일부 축산농들은 구제역 이야기를 꺼내자 "다 묻어버렸는데, 먹고 사는 것이 제일 문제지"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 등 구제역이 할퀴고 간 농촌에는 즐거운 설 대목의 풍경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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