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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삼도기의: 세 도적이 마땅해야 한다

철산 최정준 발행일 2016-03-3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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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역술 가운데 遁甲이라는 명칭이 있다. 이 명칭은 세계가 서로 훔치고 죽이는 관계로 흘러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서로를 生하기도 하고 서로를 剋하기도 하면서 세계변화가 진행되는데, 선거나 전쟁 같은 상황을 보면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甲은 五行으로 木에 해당하고 天干의 맨 처음이기 때문에 至尊의 존재로 甲이 꺾이면 전쟁에서 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甲을 죽이려 덤벼드는 것이 五行으로 金이다. 木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金을 죽일 수 있는 火가 필요하기 때문에 木生火로 火를 생한다.

이 과정을 보면 木生火라는 표면적 상생의 이면에 서로 죽이려는 기틀이 들어있음을 알게 된다. 金도 자기를 죽이려는 火를 낳아준 木을 죽이려 하고 木은 자기를 죽이려는 金을 죽이기 위해 火를 생한다. 이렇듯 세계의 조화는 죽이는 것으로 보면 모든 존재는 살기(殺機)를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는 도적인 셈이다. 음부경(陰符經)에 이런 죽이는 도적의 기틀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天地는 만물에게 도적이고, 만물은 사람에게 도적이고, 사람은 만물에게 도적이라고 선언한다. 여름철 가뭄이 벼를 말려죽이듯 만물이 살아가기 힘든 기후를 만드는 것은 천지이니 천지는 만물에게 도적인 셈이다. 지카바이러스 등의 미물은 사람을 해치는 도적이고, 사람은 만물을 훔쳐 먹고 사는 도적이다. 결국 서로 도적질을 할 바에야 적절히 해야 서로 공존할 수 있다고 하였다. 제일 먼저 사람이 만물을 도적질할 때 적당히 하라는 뜻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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