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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다문화 학생 차별, 학교 식당을 삼키다

한규준
한규준 기자 kkyu@kyeongin.com
입력 2024-02-12 19:47 수정 2024-02-13 13:48

급식 사각지대 놓인 다문화권 아이들


이슬람 가정 자녀에게도 돼지고기 반찬
학기초 친구들 놀림에 소외감 느끼기도
학교는 대안커녕 나몰라라식 태도 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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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부평구청 어울림마당에 모인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앞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해맑은 미소와 서로 손을 꼭 잡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경인일보DB

"학교급식에 돼지고기가 나오는 날에는 밥을 잘 못먹어 배가 너무 고파요."

종교적·문화적 특성으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다문화 초등학생 사아드(11)가 배를 움켜잡으며 말했다. 지난 주말 안산시 내 한 카페에서 만난 사아드의 가정은 2022년 12월 아프리카 대륙 북서부 지역에 있는 나라 모로코 왕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했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에 진학하는 사아드는 낯선 한국 학교생활임에도 잘 적응했지만 그렇지 못한 게 있었다. 바로 '학교급식'이다.

모로코 왕국은 전체인구의 98.7%가 이슬람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다. 사아드 가정의 종교 역시 이슬람교이다. 이슬람교는 교리상 돼지고기 섭취를 금지하고 있는데, 사아드 가정도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은 먹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사아드와 그의 부모가 가지고 있는 학교급식에 대한 어려움이다.

안산 원곡동의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사아드는 등교하는 5일 중 이틀 정도는 학교에서 급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돼지고기를 이용한 음식이 급식에 나오면 쌀밥과 채소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사아드는 "학교생활에서 힘든 부분 첫 번째는 언어고, 두 번째는 음식"이라면서 "저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학교급식에 돼지고기가 자주 나와 밥을 먹지 못할 때가 있어요. 이럴 때는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께 음식을 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사아드의 어머니 파트마(37)씨는 학교급식에 돼지고기가 나오는 날에는 과일과 견과류를 담은 간식도시락을 만들어 아들에게 준다.

없는 살림에 간식도시락을 따로 준비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부담이지만 학교에서 식사를 제대로 못 해 힘들어할 자녀를 생각하면 당연히 준비할 수밖에 없다.

파트마씨는 "일할 때도 배가 고프면 일이 너무 힘들고 집중이 안 된다"며 "우리 아들이 배고픈 상태에서 공부에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다른 음식문화로 인해 차별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학기 초 사아드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보고 주변 친구들이 놀리기도 해 힘들어했다. 현재는 친구들이 사아드를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어린 사아드에게는 외로운 순간이었다고 한다.

다문화 학생의 급식 문제에 대한 학교 현장의 미온적인 반응도 이들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학교 측에서도 무슬림 재학생이 다수 있고, 섭취 불가한 음식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지만, 대안은커녕 사실상 '나몰라라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파트마씨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급식 메뉴가 다양해지면 좋겠다"며 "학교는 학생이 무엇을 못 먹는지 알고 있다면 아는 대로 실행으로 옮겨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 관련기사 ([경인 WIDE] 문화·종교적 이유로 못먹는 아이들… "기본권 보장 해달라")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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