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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문화·종교적 이유로 못먹는 아이들… "기본권 보장 해달라"

한규준
한규준 기자 kkyu@kyeongin.com
입력 2024-02-12 19:35 수정 2024-02-12 20:11

급식 논의에서 잊힌 경기도 다문화 학생들


도내 초·중·고 재학생 매년 증가세
음식 민감 중앙아·중동 등 비율 상승
사각지대 방치에도 도교육청은 뒷짐
"선택권 제약 대안 논의해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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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내 다문화 학생들이 문화·종교적 이유로 학교급식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산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집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인일보DB

경기도 내 다문화 학생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문화·종교적 이유로 학교급식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급식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경기도교육청(이하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2023 경기 교육통계 주요지표를 보면 경기도 내 초·중·고등학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 수는 2021년 4만667명, 2022년 4만4천152명, 2023년 4만8천966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 표 참조

도내 다문화 학생의 과반인 베트남과 중국 국적 부모의 비율은 점차 줄어들었지만, 음식에 민감한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중동 등의 국가를 포함한 기타 국가 출신 부모의 비율은 2021년 22.2%, 2022년 22.9%, 2023년 24.7%로 상승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도내 모든 학생은 안전한 먹을거리에 의한 급식을 제공받을 권리를 보장받는다. 소수 학생의 권리 보장에 대해서도 교육감과 교장 등은 빈곤, 장애, 다문화가정 등 소수 학생이 그 특성에 따라 요청하는 권리의 적정한 보장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다문화가정 학생이 교육활동에서 언어·문화적 차이 등에 의한 차별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20년 11월 소수 종교 학생들에 대한 할랄급식 미제공에 대한 차별과 관련된 진정에 대해 17개 시·도 교육감에게 학교급식에 관한 계획을 수립·시행할 때, 문화, 종교 등의 이유로 일반 급식을 먹을 수 없는 아동의 현황을 파악하고, 대체식이 고려되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원, 안산, 광주시 등 다문화 가정과 학생을 지원하는 기관 및 단체에 따르면 여전히 문화·종교적 특성으로 학교급식을 먹지 못하고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급식으로는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다문화 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도교육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실제 도교육청의 학교급식 기본계획에는 학교급식을 먹지 못하는 다문화 학생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도교육청이 내놓은 2024년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따르면 기후위기 대응 채식 및 저탄소 식단 운영을 위한 학생 주도의 '생태·환경 밥상의 날' 운영 계획만 있을 뿐이었다.

반면 충북과 제주, 전남 등 일부 시·도 교육청은 학교급식 기본계획에 다문화 가정 학생 등 대체 급식 제공 방안 마련에 대한 내용을 명시해 해당 문제에 대한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일부 초등학교에서 학교급식을 먹지 못하는 다문화 학생들을 배려하는 '어울림 포용급식의 날'을 주 1회 운영하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 학생이 처한 급식 사각지대에 대해 학생들의 기본권이 제약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다문화 학생들이 급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문제는 이들이 문화와 종교의 자유 영역에서 기본권이 제약받는 것"이라며 "급식실 현장의 어려움이 있다면 교육계가 급식 선택권 보장을 위한 다른 대안을 논의하고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실 현장이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해주는 게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향후 급식실 환경에 여력이 생기면 공론화를 통해 학생 복지 차원에서 메뉴 추가 등의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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