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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철의 날씨이야기] 바다와 날씨이야기

남재철 발행일 2016-04-04 제13면

남재철수도권기상청장2
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
우리 인류는 옛날부터 바다로부터 식량을 구하고 바닷가에서 문명의 꽃을 피운 근거를 세계 곳곳의 패총 유적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바다는 우리 인간에게 끝없는 도전의 대상이 되었으며, 한편으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중세 유럽에서 문명이 발달하면서 바다를 통해서 교역이 활발히 시작되었고 바다를 인접한 해양 국가가 선진 강국이 되었다.

1492년 콜럼버스는 대서양을 횡단하여 신대륙을 발견하고, 마젤란은 세계 일주를 성공하여 1522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이 거친 바다를 항해하면서 해양학, 측지학, 천문학, 기상학은 발달하게 되었다. 특히 기상학의 주요한 이론들은 유럽 바이킹의 후예인 노르웨이, 스웨덴의 스칸디나비아 국가 학자들에 의해서 정립되었으며, 노르웨이 학파 이름으로 지금까지도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이론기상학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 승리의 기반이 되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350만명의 병력이 동원되는 사상 최대의 해상작전이었다. 연합군의 결정적인 승리는 상륙작전에 가장 적합한 날씨를 예측한 기상장교 스태그 대령의 판단에 있었다고 한다. 또한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은 태풍 '케지아'가 대한해협으로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어 북한군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해상작전이 실행되어 대성공을 이루었다. 그만큼 바다에서의 군사작전은 기상정보의 적절한 활용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본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통일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하여 동아시아 해상 무역을 장악했던 해양강국이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섬사람을 육지로 이주시키고 해상활동을 금지하는 해금(海禁)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유럽 해양강국으로부터 과학기술을 먼저 받아들인 일본에 의해서 국토를 침탈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바다에서의 경제활동에는 기상요소가 가장 중요한 장애 요인이 되고있다. 2014년 4월16일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는 과적화물 등 여러 침몰 원인이 추정되고 있지만 이날 인천항에서 발생한 안개로 2시간 30분 늦게 출항하면서 비롯됐다고 본다.

바다는 전지구 표면적의 71%로 기상 현상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태풍, 폭설, 집중호우 등의 재해기상 현상이 빈발하고, 엘니뇨, 라니냐 등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러한 현상에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바다에 대한 연구 즉, 해양-대기 상호 작용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해양성기후를 갖고 있는 영국이나 지중해 국가들에서는 여름에 덮지 않고 겨울에는 아주 춥지 않은 것도 바다 때문이다. 엘니뇨, 라니냐를 논할 때 태평양 상의 해수면 온도의 변화를 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1세기는 바다의 세기라고들 하고 있다. 바다는 생명의 기원인 동시에 엄청난 자원을 갖고 있으므로 바다를 알고 바다를 이용하는 국가가 다시 해양강국이 되는 것이라고들 하고 있다. 해양 강국으로서 해양 영토 확장을 위해서는 바닷길을 안전하게 개척하는 수요자 맞춤형의 해양기상서비스의 선진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인간에게 끝없는 도전의 장이 열려 있는 바다를 향해 돛을 올리자.

/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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