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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관리 이대론 안된다·하] 골든타임 '10분'이 관건

조윤영·김대현 조윤영·김대현 기자 발행일 2016-05-04 제23면

'순식간 火르르' 초기불길 잡아야 지킨다

시행령 소화·경보등 설치 제한
상황실·소방서 출동 수분걸려
안팎 스프링클러·감지기 필요
가치 훼손않는 맞춤설비 시급


세계문화유산의 위상에 걸맞은 맞춤식 소방설비가 절실하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서장대가 모두 불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여 분으로, 화재발생 직후 대응하지 못하면 수백년의 역사가 한순간에 사라질 수밖에 없다.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지정문화재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소화기구는 소화기, 간이소화용구, 자동확산소화기 등이다.

시행령에서는 문화재 보호라는 구실로 보물 또는 국보로 지정된 목조건물 위주로 문화재내 소화·경보설비 설치를 철저히 제한하면서, 일반 건축물에 비해 소방기준이 오히려 낮다.



이에 따라 수원 화성 서장대는 지난 2006년 화재발생 직후 문화재 소방기준에 맞춰 서장대 내부에 CCTV 3대, 소화기 6대, 불꽃감지기 6대, 적외선 감지기 1대 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2006년 화재 당시와 유사한 형태의 방화가 발생할 경우 대처할 수 있는 소방장비는 여전히 없는 실정이다.

CCTV와 감지기를 통해 화재를 확인해도 화성행궁앞 화성사업소내 종합상황실에서 소방서에 신고한 뒤 즉시 서장대에 출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5분 이상. 화재 발생후 5분이 지나면 목조건물의 특성상 불길이 전체로 확산될 시간으로, 출동한 직원이 서장대에 비치된 소화기로는 진화가 불가능하다.

이때부터 5분여가 더 지나야 소방차가 도착할 수 있어, 결국 서장대는 모두 불길에 싸여 사라지게 된다.

소방 전문가들은 현장 대응이 가능한 소방설비가 설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숭례문 화재 직후 문화재청에서 설치한 시스템과 같이 서장대 내·외부에 스프링클러 등 자동 소화설비를 설치해 각종 감지시스템과 연동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방대원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직원들이 대응할 수 있는 옥외소화전 설치도 시급하다.

소방서 관계자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는 서장대 천장이 아닌 인접한 지면에 자동 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해도 된다"며 "보여주기식으로 각종 소방시스템을 설치할 것이 아니라 문화재를 지켜내기 위한 설비가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수원 화성내 효원의 종각 등에는 불꽃감지기 등 최소한의 감지시스템도 설치되지 않았고, 화성행궁내 목조건물에는 내부에만 화재 감지기가 설치돼 외부 방화에는 무방비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남한산성 수어장대에는 자체 진화가 가능한 소화전이 설치돼 있지만, 수어장대에 설치된 각종 화재감지기가 10분여 거리의 종합상황실에만 연동돼 있다. 또 상황실 근무자가 소방서에 화재사실을 직접 신고하도록 돼 있어 촌각을 다투는 문화재 방재시스템에 걸맞지 않은 실정이다.

또 광주시가 수어장대 천장에 임의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했으나, 부적합 판정을 받은 후 작동도 하지 않는 장치를 뜯어내지도 않은 채 수년째 방치 하고 있어 미관을 해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수원화성사업소 관계자는 "예산부족과 문화재훼손 우려 등이 있다"며 "문화재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방화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현·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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