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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궤' 환수·세계기록유산 등재 할 수 있나

김선회·전시언 김선회·전시언 기자 발행일 2016-07-07 제3면

약탈·불법반출 입증 어려움 '반환 난제'

봉수당
최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발견된 '정리의궤'에는 행궁의 중심 건물이자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열렸던 봉수당(奉壽堂)의 월대(月臺·그림1)를 사람들이 충분히 지나다닐 수 있게 묘사했다. 이는 봉수당과 연결된 장낙당(長樂堂)에서 기거하던 혜경궁 홍씨가 경룡관(景龍館) 문을 통해서 나온 뒤 월대 위로 걸어갈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복원된 월대 부분은 폭이 50~60㎝ 밖에 안돼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 또 정리의궤에는 봉수당 앞에 있는 임금이 삼도(三道)를 지나간 뒤 발을 디딜 수 있는 하마석(下馬石·그림2)이 놓여 있으나 이 부분은 복원되지 않은 상태다. 반면 현재 봉수당 월대(月臺) 양 옆에는 황제나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정(鼎·그림3)'과 큰 물그릇인 '드므(그림3)'가 함께 놓여 있으나, 행궁복원의 지침이 된 '화성성역의궤'나 이번에 발견된 정리의궤 모두 이 부분에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그 설치의 이유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1887년 한국부임 첫 佛외교관 기증
입수과정 몰라 국제규범 대상안돼
프랑스기관과 신뢰쌓아 교류해야
소유-신청 국가 달라도 등재 가능
다만 기존 유산인 '조선왕조 의궤'
취소 후 다시 묶어 신청 '위험부담'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동양어학교와 국립도서관에서 그 존재를 드러낸 '정리의궤(整理儀軌·뎡니의궤)'는 기존 문헌에 없는 내용들과 한글, 채색된 진귀한 자료가 다수 포함돼 있어 전문가들은 하루 빨리 이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국내 반입, 세계기록 유산 등재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런 것이 가능할까.

■문화재 환수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결론부터 말하면 전시회를 위한 정리의궤의 국내 임시 반입이나 연구를 위한 영인본 제작 등은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환수는 어려워 보인다.

유네스코(UNESCO) 등의 문화재 반환관련 국제 규범을 보면, 도난·불법·군대 점령에 따른 문화재의 반출이 아니라면 문화재 환수대상이 되지 못한다.



한글본 정리의궤는 1887년 한국의 첫번째 프랑스 외교관으로 부임했던 빅토르 꼴랭 드 쁠랑시(Victor Collin de Plancy·1853~1922)가 갖고 있던 것을 파리동양어학교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한 것으로, 쁠랑시가 그 당시 정리의궤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불명확하며,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두 기관이 정리의궤에 대해 선뜻 기증의사를 밝힌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정부나 민간단체가 두 기관과 그만큼의 우호적인 관계를 갖고 있지는 못하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오산) 의원은 "프랑스 동양어학교와 국립도서관과의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며, 양 기관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며 "양측이 신뢰를 쌓고 문화적 교류를 이어나간다면 정리의궤에 대한 환수까지는 아니어도 국내 학자들의 전문적인 연구와 국내에 임시로 들여와 전시회를 여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프랑스 동양어학교 도서관 벤자민 기샤르 관장 역시 "한국 정부가 연구인력 지원과 자료촬영 및 활용에 대해 동양어학교와 협약을 체결한다면 앞으로 연구활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 관계자는 "이천 오층석탑, 고양 백제관 육각정 등의 사례로 봤을 때, 문화재를 약탈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국외 소재 문화재는 결국 정치·외교적 협상의 산물로 전락해 환수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번에 발견된 정리의궤를 포함한 국외 소재 우리 문화재 환수활동 지원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계기록 유산 등재는 가능하지만…

정리의궤를 프랑스에서 열람한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는 문헌을 보자마자 "정리의궤는 지난 200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 의궤에 포함시켜 세계기록유산으로 인정되어야 하며, 이 기록들을 한국과 프랑스 간의 우호와 문화교류에 중요한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측은 비록 정리의궤가 프랑스에 있지만 법적·절차적으로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문화재를 소유한 나라와 세계기록 유산을 신청하는 나라가 달라도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약칭 직지)'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보관하고 있지만, 충북 청주시가 이에 대해 오랫동안 세계기록유산등재를 추진했으며, 유네스코가 직지를 지난 2001년 9월 4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켰다.

다만 현행 규정으로는 추가 등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조선왕조 의궤의 기록유산 등재를 취소하고, 정리의궤를 묶어 다시 등재를 신청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국내 유네스코 관계자는 "규정상으로는 가능하지만, 과연 우리나라 정부가 이번에 발견된 정리의궤를 위해 기존의 세계기록유산 신청을 취소하고 이를 다시 묶어서 유네스코에 신청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회·전시언기자 ks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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