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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자체에서 청년상인이 쇠락한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청년몰 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지만, 성공적인 정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일 인천시 동구 중앙시장 내 한 '동구 밭 청년길' 청년 창업상점문이 굳게 닫힌 채 상점 앞에 우편물만 놓여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
가게앞 행인 100명도 안돼
하루매상 1만원 벌기 빠듯
투자비용 때문에 억지영업
기존상인과 갈등도 어려움"하루에 1만원이라도 매상을 올리면 교통비는 벌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 정도예요."
인천 동구 중앙시장에서 스피치 강연 카페를 운영하는 이미령(46·여)씨는 텅 빈 시장 골목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 4월 동구가 추진하는 '동구밭 청년길' 사업자로 선정돼 1천100만원을 들여 중앙시장에 가게 문을 열었다. 구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점포 임대료를 면제해주고, 리모델링 비용과 홍보비 등으로 600여만원을 지원했다. 이씨와 같이 입점한 10개팀은 청년 매장의 성공으로 중앙시장의 활성화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이씨는 인근에 거주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치매 교실' 등으로 가게를 겨우 꾸려나가고 있다. 처음 이씨와 함께 이곳에서 강연하기로 했던 10명의 강사 중 8명은 다른 일을 구해 시장을 떠났다.
이씨는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이 하루에 100명도 안 되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정상 영업을 할 수 있겠느냐"며 "구의 임대료 지원은 끝났지만, 초기 투자 비용 때문에 당장 사업을 포기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임대 기간을 1년 연장했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씨 뿐만 아니라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다른 상인도 "하루 동안 열심히 장사를 해도 재료 값도 제대로 건지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계속 이곳에서 가게를 해야 되는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인천 지역 각 지자체에서 쇠락한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청년 창업가들에게 초기 임대료와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는 '전통시장 청년몰' 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인천 지역에는 지난 2014년 부평시장 로터리 지하상가를 시작으로 곧 문을 열 예정인 강화군 중앙시장까지 7곳의 청년몰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면 성공적인 정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사 경험이 없는 상인들은 사람이 없는 시장에서 갈팡질팡하기 일쑤고, 사업이 자리잡기도 전에 지원이 끊겨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인천 남구는 용현시장을 활성화하고자 청년 사업가들을 모집했다. 공모에 뽑힌 청년 사업자 10개 팀은 용현시장 내 빈 점포를 저렴한 가격에 빌려 카페, 도시락 판매점, 디퓨저(화학적 원리를 이용해 향수와 같은 액체를 담아 향기를 퍼지게 하는 인테리어 소품) 판매점 등을 차렸다.
하지만 구의 지원이 끝난 지난해 말 9개 팀은 사업을 접었다. 수익 모델 부실로 영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데다 임대료 지원이 끝나자마자 점포를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려 버렸기 때문이다.
기존 상인들과의 갈등도 이들 청년상인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 청년 상인은 "기존 상인들은 우리를 공짜로 점포에 입주한 어린 사람들로 취급한다"며 "시장 홍보를 위한 아이디어를 내도 무시만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현행 제도로는 청년 상인들의 성공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우리 구도 대책이 마련되기 전에는 청년몰 유치를 잠시 중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