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특별기고]면세점과 공익(公益)

정재완 발행일 2017-01-31 제12면

clip20170125191920
정재완 한국관세학회 명예회장·한남대 교수
최근 수년간 면세점만큼 뜨거운 관심 대상이 된 사업이 있을까. 누가 면세점 특허를 받나에 관심이 집중되더니, 특허절차의 공정성 시비를 거쳐 급기야 대통령이 면세점 특허신청 기회를 만들어 주고 기금을 모금했다는 의혹이 탄핵사유에 포함되었다. 특검에선 면세점 관련 기업들이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다.

면세점에 대한 논란은 진입장벽, 특허기간, 특허수수료, 독과점문제, 심지어 공항에서의 출국장면세점에 대한 특허권행사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면세점과 관련한 시비에는 면세점제도에 대한 오해가 큰 몫을 한다. 관세를 비롯 여러 세금이 면제된 물품을 수출을 조건으로 판매하는 면세점에선 밀수와 같은 불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밀수사건이 발생한 적도 적지 않다.

면세점은 민간사업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한다. 사업자의 지상 목표는 남는 장사, 그것도 많이 남는 장사다. 그러나 정부가 세금징수를 포기하면서까지 면세점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단순히 민간사업자의 돈벌이를 보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특혜'라 비춰지는 권한을 휘두르기 위함도 아니다. 다양한 공익적 목표가 있어서다.

면세점제도를 통해 정부가 추구하는 공익이란 게 뭔가. 대표적인 두 가지만 보자. 먼저 면세점을 통한 수출 확대다. 면세점에선 수입 명품도 팔지만 국산품도 많이 판다. 특히 중소기업이 생산한 국산제품의 브랜드를 고급화하고, 수출을 확대하는 것은 면세점이 달성해야 할 주요 정책과제의 하나로 꼽힌다. 2010년 이후 면세점을 통한 국산품의 매출은 연평균 36.5%씩 성장했고, 작년 말에는 총 매출의 40%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중소·중견기업 제품의 매출이 약 3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 측면이나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공익적 측면에서 중요한 것이 외국인들의 방한관광 활성화다. 방한하는 중국인 둘 중 하나는 면세점 쇼핑이 목적이라 알려지듯 면세점은 외국인들의 방한 유도에 큰 역할을 한다. 방한 관광객들이 여행·숙박·요식업 등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하기 어렵다. 지방의 관광산업과 연계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아울러 면세점들의 고급스럽고 세련된 마케팅은 국산품과 국가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면세점 특허에선 사업신청자가 이러한 공익적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또 한편으로는 밀수와 같은 불법 가능성은 차단될 수 있을 것인지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한다. 면세점 특허를 신고제나 등록제, 심지어 경매제로 하자는 주장까지 있으나 면세점의 공익적 측면을 고려하면 수긍하기 어렵다.

마찬가지 관점에서 출국장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국가 전체의 공익보다 공항공사의 수익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공항측이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옳다고 볼 수 있을까. 면세점의 사업권 부여는 정부가 사전에 요건을 면밀히 심의하는 특허제도에 의함이 합당하다. 특검의 수사 중 한 가닥은 정부의 면세점 특허신청 기회 부여가 검은 거래에 의하지 않았는가에 초점을 둔 것으로 알려진다. 논란이 되는 특허신청 기회 부여라는 진입장벽 완화 문제도 특허제도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 절차에 문제가 있을 뿐이다.

면세점은 우리나라가 그나마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얼마 안 되는 산업 중 하나다. 계속해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사업권 부여가 예측가능하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 특허 받은 면세점 사업체들이 소신껏 경영할 수 있는 환경도 보장돼야 한다. 면세점 정책의 기본은 사업자의 영리와 공익을 조화롭게 달성시키는 데 있다. 시국이 혼란스럽더라도 면세점 정책의 입안이나 제도 운영에서 이러한 기본이 흔들리면 여러 해를 두고 심각한 후유증이 일어나게 될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정재완 한국관세학회 명예회장·한남대 교수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