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훔쳐 쓴 입주지연 아파트(한양수자인아르디에테라스)

'수자인' 브랜드를 무단으로 사용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양수자인아르디에테라스'. '한양수자인'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사기 분양' 등으로 수분양자들의 집단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임순석기자 [e-mail]

입주지연으로 수분양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한양수자인아르디에테라스'(2월21일자 23면 보도)가 '한양수자인' 브랜드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송이 진행돼 '한양수자인'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사기분양' 등으로 수분양자들의 집단반발이 예상되는 등 파문이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한양 관계자는 21일 "시행·시공사인 명주산업개발, 브랜드 계약을 맺은 (주)한양건설이 우리 브랜드인 '한양수자인'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이 이파트는 우리가 시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양수자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만큼 이번 주 중으로 상표법 위반 등으로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수자인아르디에테라스는 지난 2015년 분양했다. 테라스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증가 등에 힘입어 당시 견본주택 개관 3일 만에 완판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이 아파트를 시행·시공한 명주산업개발은 한양건설과 브랜드 PM계약을 맺고 '한양수자인'이라는 이름으로 홍보하면서 계약자를 모집했다.

(주)한양과 한양건설은 다른 회사이고 각각 다른 아파트 브랜드를 두고 있다. ┃표 참조

(주)한양은 '한양수자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2016년도 종합건설업자 시공능력평가 22위의 건설사로, 청라시티타워를 개발하는 '보성 컨소시엄'에도 참여하고 있다. 반면 한양건설은 시공순위 190위로, '립스'라는 브랜드로 아파트를 분양한다.

한양수자인아르디에테라스를 개발하는 명주산업개발은 한양건설과 브랜드 계약을 체결했는데, 한양건설의 '립스'가 아닌 (주)한양의 '한양수자인'을 이용했다. 이 아파트 수분양자들의 계약서에도 '브랜드 PM'사로 한양건설이 명시돼 있다.

한양건설이 어떤 협의도 없이 명주건설과 자신들의 브랜드사용 계약을 했다는 것이 (주)한양의 주장이다. (주)한양 관계자는 "이 아파트가 '한양수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분양되면서 한양건설 측에 수차례에 걸쳐 '한양수자인' 브랜드의 사용중지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어 결국 법적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번 소송과정에서 '한양수자인' 브랜드 무단도용이 확인되면, '사기분양'을 이유로 한 입주예정자들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아파트의 한 입주예정자는 "집을 선택할 때 브랜드도 중요한 고려 요소이고, 한양수자인이라는 브랜드가 있었기 때문에 집을 구입하기로 결정한 측면이 있다"며 "입주가 지연되는 것만으로도 피해가 큰데, 만약 한양수자인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명백한 사기분양"이라고 했다.

경인일보는 한양건설과 명주산업개발 측에 '한양수자인' 브랜드를 사용하게 된 경위를 수차례 물었지만 두 회사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운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