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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쇼트트랙 안현수·현준 '형제 스케이터' 길러낸 안기원씨

김영준 김영준 기자 발행일 2017-03-29 제9면

'그 형의 그 동생' 빙판위에서 빛나는 아버지의 헌신

인천 공감 인터뷰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  아버지 안기원씨1
세계적 쇼트트랙 선수인 빅토르 안(안현수)에 이어 국내 정상급 선수로 커가고 있는 안현준까지 형제 스케이터를 키운 안기원 씨가 인천 선학빙상장에서 세계적 선수로 아들을 길러내기까지 크나큰 영광을 안은 이면에 아들의 귀화 등으로 겪었던 아픔에 대해 소회를 밝히고 있다. 안씨는 앞으로 "'현수 아버지'로서의 경험을 살려 '현준 아버지'로 살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큰 형 안현수 유난히 따라… 향상된 실력 올림픽 金 향한 의지 못 꺾어
러시아 귀화 빅토르 안, 소치 3관왕으로 명예회복 기뻐… 평창 이후 지도자 준비
스스로 세운 목표위해 쏟는 노력 닮은 꼴… '현수 아버지' 경험으로 현준 도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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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회 전국동계체육대회가 지난달 초 강원도 평창 일대에서 열렸다. 당시 인천광역시 선수단은 사전 경기로 열린 빙상 종목에서만 금 4개, 은 3개, 동 3개를 획득했다. 전 대회에서 노 골드로 부진했던 인천 빙상이 부활한 것이다.

특히 고교 1학년이었던 안현준(인천 신송고)은 고 2·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쇼트트랙 남고부 3천m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천 쇼트트랙 사상 첫 동계체전 남고부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순간이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1천500m 은메달리스트인 이은별을 비롯해 인천 유일 동계종목 실업선수인 천희정(인천시체육회) 등 여자 선수들이 인천 쇼트트랙을 이끌었던 가운데, 안현준이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다. 안현준은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인 빅토르 안(안현수)의 동생이다.

안현준이 올해 동계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자 국내 빙상계에선 '그 형의 그 동생'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형을 넘어설 재목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안현준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스케이트를 탔다. 5학년에 선수 등록을 했으며, 6학년 때 전국대회 메달권에 진입했다.

일반적으로 유치원~초등학교 1학년 때 스케이트를 접한 후 4~5년 후 초등학교 고학년에 두각을 나타내는 타 선수들을 앞지르는 성장세였다.

중학교 때에는 각종 부상으로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지난해 성남에서 인천으로 전학하면서 인천 선수로 나선 첫 동계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적 선수인 빅토르 안에 이어 국내 정상급 선수로 커가고 있는 안현준까지 형제 스케이터 뒤에는 아버지가 있다.

최근 인천 선학국제빙상경기장에서 만난 안기원씨는 "얼마 전까지 현수 아버지로 불리다가 이젠 현준이 아버지로 불리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어서 "현수는 1년에 한 번 시즌 후 귀국해서 가족들과 만난다"면서 "예전에는 걱정돼서 러시아 집에도 찾아가고 했는데 결혼해서 가정도 꾸리면서 안 간 지 꽤 됐다. 이제 현준이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과 연을 맺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현준이가 선학빙상장에서 훈련을 받게 되고, 박대성 시빙상연맹 회장님과 이율기 시컬링연맹 회장님 등과 인연이 있어서 지난해 여름 인천으로 거처를 옮겼다"면서 "현준이가 전학하면서 선학빙상장 옆 아파트로 이사왔다"고 말했다.

안씨는 지난달 21일 열린 제98회 전국동계체전 인천 선수단 해단식에 참석했다. 당시, 행사에 참여할 수 없었던 아들을 대신해 안씨가 금메달 포상금을 받았다.

"인천에 와서 출전한 첫 동계체전에서 현준이가 금메달을 따줘서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인천시민으로서 시와 시빙상연맹 등에 보답했다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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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는 지난 17~1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31회 전국남녀 종별종합쇼트트랙 선수권대회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안현준은 은메달 2개로 남고부 종합 4위를 차지했다. 종별종합대회는 500m, 1천m, 1천500m, 3천m 등 종목별로 얻은 점수를 합산한 총점으로 최고의 선수를 가리기 때문에 국내 쇼트트랙 대회 중에서도 최상급의 대회다.

안씨는 "현준이가 좋은 경험을 한 대회였다"면서 "다음 달에 있을 국가대표 선발전도 현준이에겐 좋은 선수로 커가는 데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의 일과는 큰아들인 빅토르 안에 이어서 막내아들인 안현준까지 20여년 간 두 스케이터의 일상에 맞춰져 있다.

"빙상장은 훈련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데려가고 데려오고, 부모의 도움이 필수인 것 같아요. 요즘 현준이의 경우 오전 5시에 일어나서 오전 6시까지 선학빙상장으로 갑니다. 일요일만 제외하고 주 6일 이어지는 일과입니다. 빙판 위 훈련과 평지에서 체력 훈련까지 3시간 정도 아침 훈련 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서울 회사로 출근합니다. 방과 후에도 3시간 정도 훈련하게 되는데, 오후 훈련은 엄마가 챙기고 있습니다. 선수 생활을 하지 않은 여타 두 자녀에겐 미안한 부분이지만, 아무래도 힘들게 운동을 하는 두 아들에게 마음이 더 갔던 것 같습니다."

안현준이 스케이트를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빅토르 안은 국적을 옮기면서 선수 생활을 지속했다. 아들이 실력 외적으로 힘들게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아버지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현준이는 어린 시절 성남시청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하던 큰 형을 유난히 따랐습니다. 형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도 보면서 본인도 운동해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었죠. 현재 2020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세워놓고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도 예전에 비해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르겠다는 생각을 했고, 아들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빅토르 안에게로 화제가 옮겨졌다.

"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하게 된 배경에는 부상과 소속 실업팀의 해체 등 여러 요소가 작용했습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면서 실력이 없어서 국적을 바꾼 게 아니라 더 나은 여건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었음을 증명한 부분이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명예회복을 한 현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이후에는 러시아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예정입니다."

안씨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큰아들은 이미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고, 막내아들 또한 성장할 것으로 조심스레 내다봤다.

"아들들이 스케이트를 잘 타는 비결을 주변에서 물어보시는데, 저는 학창 시절 핸드볼을 했습니다. 제 운동 능력이 아이들에게로 전해졌을 수도 있겠지만, 두 아들이 운동하는 모습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건 목표를 세우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쏟는 노력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목표 요인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안씨는 인천 선수로서의 안현준에 대한 바람도 밝혔다. 그는 "현준이가 시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활약을 펼쳐 줬으면 한다"면서 "저 개인적으로도 훌륭한 선수 2명을 길러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좋은 성적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수 아버지' 안씨는 세계적 선수로 아들을 길러내면서 크나큰 영광을 안았다. 반대로 아들의 귀화 등 아픔도 느낀 인물이다. 이 같은 극단의 경험을 통해 세계 정상권 선수로 가기 위한 방향성을 어느 정도 알게 됐다.

선수가 어떻게 노력하고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그 선수가 발전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안씨는 '현수 아버지'로서의 경험을 '현준 아버지'로 살리려 한다. 아버지의 경험에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선수의 노력이 어우러져 어떤 결실을 맺게 될 지 기대된다.

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사진/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인천 공감 인터뷰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  아버지 안기원씨3

■안기원씨는?
▲ 1957년 서울 출생
▲ 1989년 태광상사(의류부자재 제조·수출) 창업
▲ 2006년 주식회사 태광트레이딩 법인전환(운영중)

▲ 2008년 안현수 토리노 동계올림픽 1천m, 1천500m, 5천m 계주 '3관왕'
▲ 2014년 빅토르 안(안현수) 소치 동계올림픽 500m, 1천m, 5천m 계주 '3관왕'
▲ 2017년 안현준 제98회 전국동계체육대회 3천m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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