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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신공]선생님이 들려주는 우리고장 역사/부끄러운 역사의 흔적 '치산치수지비'

경인일보 발행일 2017-04-11 제18면

일제잔재, 없애야하나 교훈 삼아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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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파장동 사거리 '치산치수지비' /동원고 제공

1939년 광교산 일대 치수공사후 세워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 존치 논란만


<수원시 파장동의 일본어 비석 '치산치수지비(治山治水之碑)'> 이런 비석을 없애야하나요? 후세에 남겨 교훈으로 삼아야하나요?

우리는 조상들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통해 민족적인 자부심을 갖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끄러운 일면을 알게 되고 그것을 후세의 교훈으로 삼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부끄러운 역사의 한 부분인 일제 식민지 시대의 역사 흔적을 일제잔재 청산 차원에서 없애는 게 맞는지, 아니면 지금 위치에 그대로 놔두고 후손들 교육용으로 이용하는 게 맞는지 충분한 논의가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 학생들과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수원에 이러한 유물이 하나 있습니다. 장안구 파장동 사거리 노송지대에 '치산치수지비(治山治水之碑)'라는 비석이 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 바로 앞입니다.

크기는 일반 묘비 정도로 보통사람의 키 정도이며 일본어로 4면에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앞면에는 "치산치수지비(治山治水之碑)"를 큰 글씨 행서체로, "경기도지사(京畿道知事) 칸죠 요시쿠니(甘蔗義邦)가 썼다"고 적혀있습니다.

칸죠 요시쿠니는 일제 식민지 시대 9번째 경기도지사로 1927년 7월부터 1940년 5월까지 경기도지사였습니다.

비문에는 1939년에 장두병이라는 한학자가 쓰고, 1941년 당시 수원군 일왕면장 히로요시 히테토시(廣吉秀俊)가 세웠으며, 이 비를 세우는데 협조한 기관과 인물로 수원군 일왕면장 이석래, 수원읍장 우메하라 시주오(梅原靜雄), 일왕사방림시업조합장 이필상, 동산농사주식회사 조선지점, 동양척식주식회사 경성지점, 윤태정, 차태익, 이봉래, 양근환 등이 나옵니다.

아마도 일본인이거나 창씨개명한 조선인일 가능성이 있는 2명과 이 지역 유력 지주들인 광주 이씨, 수원 차씨, 남원 양씨들로 추정되며 대표적인 식민지 침략에 앞장섰던 동산농사주식회사와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문 내용은 광교산 일대가 황폐해지면서 민둥산이 되어 토사가 유출되고 홍수가 나서 황무지로 변해가는 것을 1931년부터 1934년, 1936년에 공사를 하고 1939년에 최종 준공하였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며, 사방공사(砂防工事)의 완성을 축복하고 감사한다는 내용입니다.

결국은 일제의 식민농정이 지역민을 위해 은혜를 베풀었으니 고마워하라는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기만적인 내용입니다. 우리에게는 수치스러운 역사이지요.

비석은 6.25전쟁 때 총탄의 흔적도 있습니다. 이제 7·80여 년 전의 부끄러운 역사 흔적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 비석 주변에는 어떠한 알림판도 없습니다. 관리가 썩 잘되고 있지도 못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간혹 비석을 훑어보는 어른들도 의견이 다양합니다. 없애야하는지 남겨둬야 하는지. 아주 오래된 것도 아니고, 또 글씨도 높은 수준의 것이 못되는 일본어이고 내용도 자랑스러운 것이 못되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김찬수 동원고 교사

※위 우리고장 역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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