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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군공항 이전 웬 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라

박혜영 발행일 2017-04-27 제13면

박혜영
박혜영 화성시 생태관광협동조합 사무국장
지난 2월 16일 화성시민들은 수원군공항 이전부지가 화성 화옹지구로 단독 선정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특히 직접적인 피해 예상 지역인 우정읍, 서신면, 송산면, 마도면 등의 주민들은 "매향리 폭격이 끝난 지 10여년 밖에 안 지났는데 우리를 두 번 죽으라는 소리냐"며 기가 막힌 표정이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 미군의 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되었던 매향리는 군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인 화옹지구와 불과 3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매향리와 주변지역 주민들은 수원군공항 인근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전투비행장을 매향리 옆으로 이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야 평화를 되찾은 마을 주민들에게 수원군공항 이전 소식은 그 자체가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매향리 앞 구비섬과 농섬은 온갖 물새들이 산란하고 서식하는 생명의 터전이었지만 폭격의 중심이 된 구비섬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농섬은 절반이 날아가 버렸다. 다행히 2005년부터 폭격 소리가 사라지자 물새들이 다시 매향리를 찾기 시작하였다. 화성환경운동연합 등 지역의 물새 모니터링단 조사에 의하면 봄, 가을로 매향리와 화성호를 찾는 도요물떼새가 20여종이 넘는다. 특히 붉은어깨도요는 단일종으로 2만 마리가 넘게 찾아와 먹이활동을 하는 등 습지보존지역으로의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이 일대를 찾는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 보호 조류 또한 20여 종이 관찰된다.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 알락꼬리마도요, 청다리도요사촌, 넙적부리도요, 황새, 황조롱이 등이다. 특히 넙적부리도요는 세계적으로 300쌍 미만이 확인되며, 청다리도요사촌은 1천개체 미만이다. 저어새 역시 2천700개체가 지구상에 남아있다. 이들에게 서해안의 갯벌은, 특히 화성 갯벌은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서식지이자 쉼터이다. 군공항이 들어온다면 국제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보호종들이 절멸되는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자연경관을 이용해 에듀테인먼트 국제관광도시를 준비 중인 화성시로서도 매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제부도는 문화예술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공룡알 화석 산지는 세계적 규모의 지질학습장이다. 전곡항과 궁평항, 매향리 등을 포함한 서해안 해양 관광벨트 구축 또한 화성의 중점사업이다. 해안가 경관 자원을 이용한 황금해안길은 수도권 시민들에게 걷고 싶은 곳으로 다가갈 곳이다. 이런 곳에 수원군공항이 이전되는 순간 생태적 혼란은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며 지역주민들의 희망은 송두리째 무너질 것이다.



화성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화성의 시민단체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매향리와 화성호 일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추진하기 위해 생물 모니터링을 해 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보호 조류 등이 매년 이곳 습지를 찾아 생명을 유지한다. 새들이 살 수 없는 곳에 사람도 살 수 없음을 인식하고 화옹지구가 전투비행장이 아닌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기를 희망한다. 미래세대인 아이들이 청정한 환경에서 자연과 교감하고 꿈을 키워가는 도시, 새와 사람이 공생하고, 매향리 주민이 다시 웃을 수 있도록 평화는 지켜져야 한다.

/박혜영 화성시 생태관광협동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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