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두려움 넘어야 하늘을 나는 즐거움 느껴요"
부상으로 체고 진학 무산후 방황
태국서 '비행경험'뒤 마음 다잡아
체력보다는 멘탈 50~60대 선수도
초보자·선수는 오히려 사고 안나
중급자 실력 과신했을때 위험해
비행중엔 안전만 생각하며 집중
내년 아시안게임서 금메달 목표
동호인 남편과 부부 국가대표 꿈
후원 많아져야 좋은 선수들 배출
"대회 출전을 위해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아들을 마지막으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지만, 시합할 때 집중하면 모든 것을 잊게 됩니다. 더해서 1등으로 들어가면 너무 기쁘고, 남자 선수들과 비슷하게 들어가면 그 기분은 최고가 됩니다."
패러글라이딩은 패러슈트(낙하산)와 행글라이더의 특성을 결합한 것으로, 별도의 동력장치 없이 바람에 몸을 실어 활공하는 스포츠이다. 패러글라이딩 크로스컨트리(장거리 비행) 종목은 이륙한 후 지정된 타스크(목표지점)를 돈 뒤, 착륙 지점에 빨리 도착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정밀착륙은 예정된 지점에 얼마나 정확하게 착륙하는지를 겨루는 종목이다. 1986년부터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한 패러글라이딩은 내년에 열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 채택되면서 국내에서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봄의 하늘은 거칠고, 여름에는 햇볕이 강하지만, 고도는 많이 올라가지 않는다. 반면, 가을 하늘은 깨끗하며 고도도 많이 올라간다. 겨울은 깨끗하지만 춥다."
항공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느끼는 계절별 하늘이다. 항공 스포츠에서 하늘은 야구의 필드이며, 축구의 그라운드이다. 경기력에 직결되는 요소인 것이다. 그만큼 항공 스포츠는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져야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다. 초보 딱지를 떼려면 4계절을 겪어봐야 한다는 항공 스포츠계의 격언도 이를 강조한 내용이다.
3개월 전 여성 패러글라이더 백진희(39·인천시패러글라이딩협회·사진)씨는 올해 패러글라이딩 국가대표에 선발됐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6월 29일자 15면 보도) 백씨는 2012년 국가대표 발탁 이후 3년 후인 2015년 재발탁됐으며, 올해까지 3년 연속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는 국내 패러글라이딩 장거리 부문에서 여성 신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용인 정광산에서 전북 진안까지 직선거리 155㎞를 5시간 43분 동안 무동력으로 비행했다.
백씨는 2001년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했으니, 이제 17년 차다. 2002년 경북 문경에서 열린 대회에서 처음으로 여자부 1위를 차지한 이후 꾸준히 입상권에 들어왔다.
"패러글라이딩은 체력이 필요한 스포츠라기 보단 멘탈 스포츠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나이 제한도 없고, 50~60대 국가대표 선수들도 있습니다. 현재 국가대표에서도 제가 가장 어린 축에 속합니다. 비행 중 선수들은 오로지 안전만을 생각하면서 비행에만 집중하죠. 빠르면서 정확하게 가야 하기 때문에 마음도 조급해지고요."
국내·외 패러글라이딩 선수들은 남자가 다수다. 비율로 보면 남자 선수가 10이면 여자 선수는 1.3~1.4 정도 된다. 아무래도 위험하고 아찔한 순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정밀착륙 종목에서 선수가 당하는 부상은 골절 정도이지만, 장거리 비행에선 선수가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간혹 납니다. 대회 출전을 위해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아들을 마지막으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지만, 시합할 때 집중하면 모든 걸 잊게 됩니다. 더해서 1등으로 들어가면 너무 기분 좋고, 남자 선수들과 비슷하게 들어가면 그 기분은 최고입니다. 전반적으로 초보자와 선수들은 사고가 잘 안 납니다. 중급자들이 자신의 실력을 과신했을 때 사고가 잘 나는 것 같아요."
이어서 자신이 겪은 아찔했던 순간도 밝혔다.
"네팔에서 열린 대회였어요. 시합 중 산 정상에 불시착해서 캄캄한 밤에 20㎏이 넘는 장비를 메고 네 시간을 걸어 내려온 적도 있습니다. 글라이더가 접히거나 텐션이 깨지면 자이로드롭을 타는 것 같은 느낌으로 하강할 때도 있는데, 이런 두려움을 극복해야 다음 시합에 나갈 수 있습니다."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파라포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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