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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권성훈 발행일 2017-10-02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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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1902~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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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은 그것이 사라진 후에야 알 수 있다. 있으나 마나 한 것은 지금 있으나, 후에 없어도 무미한 것이지만 있어야 하는 것은 없을수록 있어왔던 것의 애환이 있었던 만큼 남게 된다.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같이 떠오르는 기억은 있었던 것의 가치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는 당신도 하나쯤 가지고 있는 '사무치는 그리움'이 미련과 함께 불쑥 불쑥 찾아오지 않던가.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 몰랐던 그 옛날이 후회스럽고, 돌아갈 수 없기에 더더욱 '서러움'으로 남아 슬픔의 화석 같이 무거운 달이 가슴속에서 떠오른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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