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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소방관 책임 여전한 현실 개선해야

경인일보 발행일 2018-01-12 제11면

29명이 사망한 제천 화재사고를 통해 우리나라의 후진적 소방체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특히 불법주차된 차량 때문에 현장 접근이 늦어진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다. 차량을 치우고라도 소방차가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소방관들의 목소리다. 진입과정에서 발생한 재산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소방관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제천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소방기본법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소방관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은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국회에 따르면 '소방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지난해 말 공포됐다. 긴급출동한 소방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는 도로교통법 등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주·정차 차량은 철거 시 훼손돼도 보상하지 않는 내용이 담겼고, 6월 말부터 시행된다. 소방청은 시행에 맞춰 긴급 상황 시 주정차 차량을 적극적으로 제거·이동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차량 제거와 이동 조치 규정이 현행법에 규정은 돼 있었지만, 구체적인 손실보상 절차나 판단 기준 등이 미비해 실질 운용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방공무원들은 각종 민사소송 등에 시달리는 고충을 겪고 있다. 소방관 개인이 적법한 소방활동 중 벌어진 사고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더라도 자비로 변상하거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변호사를 직접 선임해야 한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소방활동 관련 소송은 경기도 내 5건 등 13건으로, 청구금액은 15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소방관 개인을 손해배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 소송의 피고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는 내용의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소방차 진입을 막는 불법주차 차량을 걷어낼 수 있게 됐지만 정작 소방관들의 책임 문제는 여전한 것이다.

불난 집에는 도끼로 출입문을 깨서라도 소방관들이 조기에 진입해야 한다. 소방차를 가로막는 불법 주차 차량은 옆으로 치워서라도 진입로를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재산상 피해는 단 한 푼이라도 소방관에게 부담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그래야 후진적 소방체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회는 소방관들이 재정적 부담과 소송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즉각 제개정·공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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