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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생존자 홍춘호(81) 할머니의 제주 방언을 표준어로 해석해 주는 윤순희(왼쪽) 대표. 당시 11세 소녀였던 할머니는 "누가 아버지를 죽였다고는 하는데 죽었다는 것만 알지 누가 죽였는지, 왜 죽었어야 했는지 아직도 모른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
석·박사 과정 마쳐 향토지식 해박
"사회적 금기, 나조차 모르고 살아"
생존자 증언 일정에 반드시 포함
'탄소배출 최소화' 생태관광 추구제주 4·3은 여전히 정명(定名) 논란 중이다. 바로 뒤에 붙는 명칭이 정권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70주년을 맞은 올해 제주도에서는 4·3의 본질을 이해하고 국내외에 알리려는 사업이 활발하다. 분명한 것은 해방 이후 제주에서 수많은 양민이 희생됐고 이념이 뭔지도 모를 노약자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제주도 최초의 여행전문 사회적기업인 (주)제주생태관광 윤순희(48) 대표는 동료 생태문화해설사들과 함께 일찍이 지난 2005년부터 4·3 평화기행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제주 토박이인 그는 도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게 토벌대인지 무장대인지 따지기보다 한국 현대사에 지울 수 없는 비극을 유발한 배경에 주목하는 동시에 인권의 관점에서 4·3을 해설한다. 전달력과 감동이 크기에 생존자 증언을 반드시 일정에 포함한다.
윤 대표는 최근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을 대상으로 '제주 4·3 팸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주대에서 제주문화를 공부하며 석·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해박한 향토역사 지식을 토대로 알기 쉽게 4·3을 설명, 전국 언론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윤 대표는 "진상조사 보고서가 나오고 대통령이 도민들에게 사과한 지 15년이나 흐른 지금도 4·3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며 "나조차도 사회적으로 언급을 금기시했던 영향으로 30대 초반까지 잘 모르고 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평화기행 뿐 아니라 기후변화대응 여행, 효돈천 트레킹, 힐링워크숍, 사회공헌 등 다양한 대안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제주의 자연환경과 그 안에 삶을 일궈온 제주사람들의 문화를 바탕으로 기획한다.
제주여행을 통해 여행자와 제주자연이, 제주문화가, 사람들이 관계를 맺어 지친 일상의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제주생태관광은 전기를 절약하고, 느린 호흡으로 되도록 도보와 자전거를 권하는 식으로 여행 중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책임 있는 여행을 추구한다.
여행의 음식 또한 지역 식재료와 제주 전통 조리법을 사용하는 식당을 발굴한다. 윤 대표는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 멋있는 풍경을 볼 때 행복해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생태관광에는 이 요소들이 다 들어있다"며 푸른섬으로 손짓했다.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