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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윤정 인천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초대센터장

김태양 김태양 기자 발행일 2018-05-16 제21면

상처입은 모든 동물과 교감 '꿈의 안식처'

정윤정 센터장은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시작점이 돼 인천시가 생태환경친화 도시로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방역업무 종사하다 다시 수의사 복귀
구조·완치시킨 후 자연 방사가 목적
수술·계류장등 각종 전문시설 완비


수의사 정윤정(44)씨는 지난 3월 27일 문을 연 인천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의 초대 센터장이다. 상처 입은 상태로 구조된 동물을 치료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의 역할.

연수구 송도동 솔찬공원에 위치한 센터는 진료실, 수술실, 방사선실, 집중치료실 등 치료시설과 동물들이 야외에서 적응할 수 있는 조류 계류장, 포유류 계류장 등 전문시설을 갖추고 있다.

정 센터장은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자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줬다고 말한다. 강원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수의사 생활을 시작해 약 10년간 동물을 치료했다.



하지만 갑자기 생긴 개털 알레르기로 인해 수의사의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정 센터장이 선택한 것은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수의연구사다.

수의연구사로 일하면서 도축검사, 방역 등 가축 전염병 방역 업무를 담당한 정 센터장은 기회가 되면 동물을 직접 치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던 중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정 센터장에게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운영을 맡기면서 정 센터장은 다시 수의사로 일하게 됐다.

정 센터장은 "처음에는 알레르기가 걱정됐는데 다행히 지금까지 특별한 문제가 없다"며 "내가 가진 소박한 지식과 기술을 다시 활용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센터를 거쳐 간 동물은 15마리. 이 중 정 센터장의 기억에 가장 깊게 각인된 동물은 센터의 첫 손님(?)이었던 멧비둘기다. 부평구의 한 주택가에서 발견된 멧비둘기는 왼쪽 날개를 다쳐 지난달 10일 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정 센터장은 "구조된 야생동물은 낯선 환경에서 밥을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처음 먹이 주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한 달이 지난 지금은 먹이도 잘 먹고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치료 중 숨진 동물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단다. 지난달 30일 머리 쪽에 심한 충격을 받아 쓰러진 채 발견된 솔부엉이는 치료를 받고 스스로 서 있을 정도로 호전됐지만 결국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죽었다.

그는 "최근 3년(2014~2016년) 동안 전국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의 방사율은 평균 33% 수준"이라며 "최신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새로 시작한 만큼 동물들의 자연 복귀율을 40% 정도까지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시를 대표하는 멸종위기종 저어새는 다음 세대에도 함께하기 위해 보호해야 할 가치가 높은 동물"이라는 정 센터장은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이 아니라도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이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센터에 온 동물들이 모두 자연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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