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기고]마을교육과 길잡이교사

이정현 발행일 2018-08-17 제18면

이정현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장학관
이정현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장학관
경기도교육청 몽실학교에는 '길잡이교사'가 있다. 말 그대로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길잡이교사는 초중고 교원, 학부모, 청년과 대학생, 지역 주민 등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주로 몽실학교 학생들이 기획한 프로젝트 활동이 계획한 목적을 실현해 갈 수 있도록 조력 또는 촉진자로 활동한다. 대체로 교원은 고등학생들의 융합 연구 프로젝트인 '더혜윰'을, 학부모는 초등생 프로젝트인 '둥지' 과정을, 청년과 대학생, 지역 주민은 '마을·챌린지' 프로젝트 과정을 맡고 있다.

특히 청년과 대학생은 고등학생 시절에 몽실학교의 전신인 '꿈이룸학교'를 무대 삼아 학생 주도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몽실학교가 입소문을 타면서 참여 학생들이 늘고, 또 늘어난 학생 수만큼 프로젝트 영역과 개수가 많아지자 이를 길잡이할 사람이 더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청년과 대학생들이 지역의 후배들을 위한 길잡이교사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몽실학교 1세대가 2세대 학생들을 위해 돌아온 셈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청년협동조합을 만들어 몽실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학부모 길잡이교사는 마을 학생들을 위한 교육 품앗이로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가치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길잡이교사들은 본연의 직업에 종사하는 바쁜 생활에도 불구하고 매주 월요일 만남을 정례화하고 있다. 학생중심 교육의 의의와 필요성, 학생주도 프로젝트 퍼실리테이션 기법, 공감과 회복적 생활교육,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방안, 청소년 자치 배움터 전국 연대와 네트워크 형성 등이 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깃거리다.

몽실학교가 학생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활동으로 미래교육의 가능성을 입증하며, 마을의 교육 자원이 학생들 성장을 위해 총체적으로 협력하는 배움터로 발전하게 된 기저에는 이렇듯 길잡이교사의 묵묵한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 지역의 교원, 학부모, 대학생과 청년, 지역 주민이 좀 더 나은 교육을 위해 함께하는 모습. 이야말로 경기도교육청이 추구하는 마을교육공동체의 정수가 아닐까 싶다.



"몽실학교는 학교라는 틀 속에 갇힌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상상력이 허락되는 공간으로 발전했다"며, "특히 길잡이교사가 몽실학교를 미래교육의 가능성이 싹튼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큰 역할을 담당했다". 올해 초 이재정 교육감이 몽실학교 길잡이교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내린 평가다.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 지역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핵심을 짚은 말이다.

지역과 학교가 넘나들며 교육에 대한 요구를 충족하고 지역사회 발전까지 아울러 도모하는 지역사회학교 운동은 이미 1930년대부터 있었다. 경기도교육청도 2016년 고시 교육과정에서 '지역사회 배움터 교육생태계 확장'을 교육과정의 특성으로 제시하며,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함께 해결하는 경험, 지역 사회와 연계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의 확장이 자기 존재감을 고양하고, 민주시민·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은 내가 살고 있는 터전, 내가 추구하는 삶, 이웃하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몽실학교와 같이 지역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자치교육, 또 이것의 토대인 자치공간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포 몽실학교가 얼마 전 문을 연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역사회 배움터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당연히 지역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몽실학교 길잡이교사의 활동은 지역을 터전으로 지역민의 노력에 의해 마을교육을 활성화하는 모형이 될 수 있다. 길잡이교사의 활동은 어려운 교육 문제를 풀자는 거창한 담론도, 화려한 기술도 아니다. 단지 학생들이 내가 사는 지역을 재료 삼아 건강하게 학습하고 좀 더 큰 꿈과 희망을 말할 수 있도록 돕고 함께 하자는 활동이다. 마을은 교육으로 교육은 마을로 선순환하는 모습, 어쩌면 기본에 가장 충실한 교육일지 모른다.

/이정현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장학관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