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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흔 교수는 지난 27일 가천대 길병원에서 한 인터뷰에서 '일루미네이션 차퍼'의 성공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 국내 의사 대부분이 아이디어가 조금씩 있는데 그것을 사업화해보려는 시도는 거의 없다"며 "꼭 최상은 아닐지라도 지금보다 훨씬 좋은 방법은 늘 있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
망막수술때 사용하던 것 적용 '효과'
후낭파열등 합병증 절반 정도 줄어
오큐라이트 창업, 美시장 진출 추진
현직 안과 의사가 '신개념 백내장 수술 조명'을 개발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 화제다.
내시경 조명 장치인 '일루미네이션 차퍼'(illumination chopper)다. 일반적으로 백내장 수술에 쓰는 '현미경 조명'과 비교 연구한 결과 환자는 안구 손상 등 합병증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가천대 길병원 남동흔 교수(안과)가 지난 10년간 공들여 개발한 것이다.
백내장 수술 때 의사가 조명이 내장된 현미경을 쓰는 것이 전 세계 표준이다. 망막 수술 때는 현미경이 아닌 내시경 조명 장치를 사용한다.
망막이 주전공이고 백내장이 부전공인 남 교수는 두 수술의 장단점을 생각하다가 망막 수술 때 사용하는 조명을 백내장 수술에 사용했다.
조명이 바뀌면서 기대 이상으로 이미지가 잘 보였다. 후낭파열 같은 합병증 발생 비율이 줄었다.
남 교수는 "안과 의사들에게 후낭파열은 투수가 만루 홈런 맞는 것과 비슷한데, 초심자일수록 그 비율이 높다"며 "길병원에서 조명 장치를 달리해 백내장 수술을 진행한 결과 합병증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의사는 잘 보이고, 환자는 눈부심이 적으니 효과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남 교수의 의료기기 개발은 장기간의 노력과 검증이 있기에 가능했다. 2007년 조명 장치를 달리하는 백내장 수술 아이디어를 낸 후 10년간 5천례의 수술을 진행했다.
이 기간 6건의 SCI급 논문이 발표돼 그 효능을 입증했다. 2014년 특허를 등록했고, 2017년 기술 기업인 (주)오큐라이트를 창업했다. 가천의료기기융합센터, 가천대 산학단·창업보육센터의 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과 분야 대학 교수와 의사 39명이 오큐라이트의 주주로 참여하면서 남 교수의 아이템을 지원했다. 오큐라이트 제품은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고대안암병원, 고대구로병원 등에 납품할 예정이다.
남동흔 교수팀은 지난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바이오 유망기술 글로벌 창업지원 사업'에 선정, 앞으로 3년간 9억3천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를 토대로 남 교수는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글로벌 과학 기술 사업화'를 목적으로 세운 KIC 워싱턴의 지원을 받아 오는 10월 미국에서 '비즈니스 교육 연수'가 예정돼 있다.
남 교수는 "그동안 의사들은 스스로 의료기기를 만들려고 하기 보다,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해 '우리가 제일 먼저 썼다'고 홍보해왔다"며 "거대 시장이지만 수입에만 의존한 안과의료기기 산업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이끄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