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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의 한국재벌사·78]현대-10 금강산 관광과 정주영 대선 출마

입력 2018-10-15 20:14

국내정치 역사상 최초 총수의 '대권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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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회장은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로 하고 김동길 목사와 함께 통일국민당을 창당, 대표최고위원으로 등극했다. 사진은 제14대 대통령선거 정주영 후보 벽보. /중앙선관위(사이버선거역사관)제공·연합뉴스

정치권 압박에 '정계진출' 결심
그룹 임직원·가족·계열사 동원
김영삼·김대중 한판승부로 끝나
'반재벌 정서' 16.3%득표로 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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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들어 현대그룹은 창업자 정주영의 정계 진출과 초유의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았는데, 첫째는 그의 정계 진출이었다.

국내에서 성공한 기업인들이 정계에 진출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 집권당의 국회의원으로, 그것도 사업과 정치를 겸하는 탓에 본업은 여전히 기업가이며 정치활동은 부수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정주영은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 연세대 교수 출신의 오피니언 리더 김동길 목사와 함께 통일국민당을 창당하고 정주영이 대표최고위원에 등극한 것이다.

그는 국내 정치역사상 대권에 도전한 최초의 재벌 총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 통일국민당 창당

국내 최고 재벌의 오너 경영인인 정주영은 대권 도전에 나선 이유에 대해 "5공화국(전두환 정권) 아래서 힘들지 않았던 기업이 없겠지만, 아우 인영이(한라그룹 창업자)가 옥고를 치르면서 창원중공업(두산중공업)을 강탈당했던 기막힌 사건은 잊혀지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이다.



정주영 자신도 5공 집권 초기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때문에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중 하나 포기 압력을 받았다고 술회한 바 있었다. 정치권으로부터의 압박을 정계진출의 직접동기로 지적한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5공의 내무부 장관 시절 전두환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당시(1982~1983년 무렵)에는 많은 건설업자들이 정부가 통제 중인 아파트 분양가를 올려주지 않으면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정부가 상한선을 평당 112만~113만원으로 묶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 시기에 누구라고 하면 금세 알 수 있는 기업인이 전(全) 대통령을 찾아와서 단가를 올려 달라는 업자들을 도적과 같은 자라 매도하면서 '양심대로 말하면 평당 60만원으로 지을 수 있다'며 양심선언 했다는 것이다.

그 기업인이 바로 정주영 회장이었는데 한 달 후 전(全) 대통령은 노태우 장관에게 '내가 그 영감(정주영 회장)한테 크게 속았소.

그 사람 큰일 저지를 사람이야. 벌써 몇 개 기업이 그 사람으로 인해 넘어졌다고 하더군.'…. 정 회장은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정권을 잡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노태우 회고록(上卷)', 503~4면)

국민당은 현대그룹의 임직원과 가족 및 협력사 등을 노골적으로 동원해 당원수 1천200만명을 확보하고 차기 대통령 후보 출마에 대비했다.

11월 20일에 제14대 대통령선거 공고가 확정됐는데 후보군으론 유력주자인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 외에 김대중, 이종찬, 박찬종 등이었는데 정주영은 기호 3번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이 선거판의 주인공은 라이벌 김영삼과 김대중의 한판 승부로 정주영은 애초부터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 당원들 조차 외면


처음부터 금권선거 시비가 불거진 데다 유권자들의 반재벌 정서가 결정적이었던 것이다.

민자당과 노태우 정부에서는 김기춘(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대통령비서실장)의 "우리가 남이가?" 등 대놓고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그해 12월 19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개표한 결과 김영삼 민자당 후보가 득표율 42%로 제1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주영은 최종득표수가 380여만표(득표율 16.3%)에 그쳐 통일국민당 당원들조차 그에게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한구 경인일보 부설 한국재벌연구소 소장·수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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