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기)

[이슈&스토리]술취한 운전대 '살인의 책임'을 묻다

손성배 발행일 2018-11-23 제12면

끊이지 않는 음주운전… '처벌 강화'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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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저희는 그저 상식이 통하는 사회, 나라다운 나라, 국민이 보호받고 국민이 의지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싶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지난 9월 25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의 한 보행로에 서 있던 윤창호(22)씨가 혈중 알콜농도 0.134%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던 박모(26)씨의 승용차에 치였다.
 

사고 직후 윤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에 빠졌고, 사고 46일 만인 지난 9일 끝내 숨을 거뒀다.
 

지난 9월 16일 오전 0시 43분께 성남 분당 판교역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이모(62)씨와 강모(38)씨를 외제 승용차가 덮쳤다. 이씨는 현장에서 숨을 거뒀고, 강씨는 양쪽 다리와 어깨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승용차 운전자 박모(26)씨의 혈중 알콜 농도는 0.098%(면허 정지 수준)로 나타났다. 부산과 성남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음주사고 사망 사건의 유족들과 친구들은 일명 '윤창호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적발 교육생 8만2천명

전국 '사고 상위30'중 경기·인천

평택·수원남부 등 13곳 차지 '오명'

재범률 42%… 관련사고 잇따라

#'음주운전=살인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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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말하는 '윤창호법'의 취지는 그간 의례적 표현으로 사용되던 '음주운전=살인행위'를 규정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음주운전 적발을 3회에서 2회 위반으로 바꾸는 것과 음주운전 수치 기준을 혈중 알콜 농도별 심신 변화에 따라 강화하고,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살인죄에 준해 처벌한다'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조항의 개정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대표발의로 지난달 22일 특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주요 내용은 특가법 제5조의11(위험운전 치사상)의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를 운전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현행 조항을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강화하는 것이다.

#음주사고의 높은 재범률과 치사율
 

지난 2013~2017년 5년간 음주사고 재범률은 42.5%로 집계됐으며, 3회 이상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사고를 낸 비율도 16.6%에 달했다. 치사율도 전체 사고 치사율보다 15.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인지역은 음주사고 상위 30개 지역 중 13곳을 차지하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2015~2017년 3년간 경찰서 관할 기준 서울 강남경찰서(879건)이 가장 많았고 이어 평택경찰서(837건), 수원남부경찰서(820건) 순이었다. 6~15위 안에도 시흥경찰서(708건), 화성동부경찰서(705건), 일산동부경찰서(705건), 안산단원경찰서(681건), 인천남동경찰서(677건), 용인동부경찰서(672건) 등 6곳이 이름을 올렸다.
 

경찰은 현행 단속 기준인 혈중알콜농도 0.05%를 0.03%로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연말 이동식(게릴라식) 단속을 통해 음주사고 예방 노력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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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당국의 엄벌주의

 

사법 당국도 엄벌주의를 채택하는 추세다.
 

수원지법 형사3단독 차주희 판사는 지난 21일 혈중알콜농도 0.205% 만취 상태로 차량을 몰다 주차된 차량 2대를 파손한 혐의(도로교통법 음주운전)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차 판사는 "반성의 기미가 없고, 경찰에서도 진술을 수차례 번복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차 판사는 이날 선고를 앞두고 피고인석에 서서 진지하게 반성하며 차량을 완전히 처분했다는 반성문을 제출한 음주운전자들에게는 '법규 준수'를 강조하며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했다.

#17년 걸쳐 음주운전 3차례 적발된 공무원
 

음주운전 삼진아웃 제도에 걸린 공무원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최초 음주운전 적발부터 삼진 아웃까지 걸린 시간은 17년이었다.
 

김모(47)씨는 지난 7월 27일 오후 10시 25분께 화성 동탄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콜농도 0.180%의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 신호를 위반해 송모(33)씨가 몰던 화물차를 들이받아 운전자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김씨는 2007년 4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고, 2011년 10월에도 술에 취해 운전을 하다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수원지법 형사2단독 이성율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法, 징역형·법정구속 '엄벌추세'

文정부 음주운전 특별사면 제외

사망사건 1→5년이상 징역 상향

투아웃제등 담긴 '윤창호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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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일 수원시 이의동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인근에서 술에 취해 자가용 SUV를 몰던 권모(37)씨가 버스전용 지하차도로 추락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음주운전 삼진아웃 


음주운전 삼진아웃 제도는 상습적인 음주운전을 예방하고 가중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형사상 삼진아웃과 행정상 삼진아웃으로 나뉜다. 법령상 근거는 2001년 6월 30일 개정된 도로교통법이다.
 

행정상 삼진아웃은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운전면허 행정처분(정지 또는 취소)을 받은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혈중 알콜 농도 0.05% 이상)으로 적발되면 운전면호를 취소하고 2년간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 자격을 박탈하는 제도다.
 

형사상 삼진아웃은 상습 운전자에게 형사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3년 내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전력자가 재차 적발될 경우 혈중 알콜 농도 0.05% 이상이면 '무조건 구속 수사하도록 하는 개념을 도입한 수사 지침'이다.
 

상습적인 음주운전 사범의 경우 면허 결격 기간도 달라진다. 1~2회 적발 시 1년간 운전면허 취득 자격이 박탈되지만, 삼진아웃의 경우 2년간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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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단속 중인 경찰. /경인일보 DB

#'음주운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꼬리표 

 

사면을 받더라도 범죄전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음주운전 기록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면허취득 결격 기간을 소멸시키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특별사면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라졌다. 지난해 12월 30일 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사면에서 운전면허 정지·취소 등 행정처분 대상자 165만여명에 대해 벌점을 삭제하거나 면허 정치·취소 처분을 면제했지만, 음주운전자는 단 한 차례 위반했더라도 감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음주운전 특별사면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이 마지막이었다. 단 1회 음주 단속에 적발된 음주운전자 23만여명에 한해 벌점 삭제와 행정처분 감면이 이뤄졌다.

#부끄러운 음주운전 교육생 숫자 올해만 8만2천명
 

음주운전 적발에 따른 도로교통공단 음주운전 교육생 수는 올해 상반기 전국 8만2천228명, 경기·인천 2만1천730명으로 집계됐다. 이 추세로 연말까지 이어지면, 지난해(전국 16만8천395명, 경기·인천 4만4천910명)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음주운전 교육시간은 위반 횟수에 따라 교육 이수가 달라진다. 강민수 도로교통공단 교육관리처 대리는 "마지막 적발일을 기점으로 5년 내 1회차는 6시간, 2회차는 8시간, 3회 이상은 16시간 동안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철승 법무법인 정상 변호사는 "최근 지침이 강화되면서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 시 원칙적으로 실형을 선고하고, 극히 예외적으로 집행을 유예하는 추세"라며 "사면 전력도 포함되기 때문에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