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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의 한국재벌사·92]현대-24(끝) 현대중공업(하-지주회사체제로 전환)

입력 2019-01-21 20:38

'현대로보틱스' 체제… 6개 계열사로 재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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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2017년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하며 지배력을 높였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콜롬비아에 친환경 엔진 발전소를 완공한 모습. /현대중공업 제공

고강도 구조조정 비주력부문 매각
3조5천억원 현금 확보 '90% 달성'
부채비율, 2017년 90%까지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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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국내조선업계에 최대의 시련기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장기불경기 탓에 세계적으로 해운 물동량이 크게 줄면서 조선업계에 타격을 준 것이다.

중소 조선소들이 줄줄이 폐업하는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도 매출부진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현대중공업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비주력부문 매각을 통한 부채비율 축소와 함께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3조5천억원 규모의 현금 확보를 목표로 2016년 6월 보유 중인 현대자동차, KCC, 포스코 등의 주식과 유휴 부동산들을 매각했다.

>> 글로벌 금융위기 맞아


또 현대종합상사, 현대기업금융, 현대기술투자, 현대자원개발을 계열 분리해 총 2조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현대삼호중공업 프리IPO(4천억원), 현대미포조선의 현대로보틱스 지분 매각(3천500억원) 등으로 2017년에만 총 1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경주, 울산, 목포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현대호텔의 지분 100%를 2천억원에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현대중공업의 금융업 철수 방침에 따라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추진하고 현대커민스, 독일 야케법인, 중국 태안법인, 미국 현대아이디얼전기 등 비핵심사업을 정리해 목표인 3조5천억원의 90%가량을 달성했다.

덕분에 부채비율이 2016년 1분기 말 134%에서 2017년 상반기에는 90% 중반까지 줄어 업계 최고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인적분할을 통해 조선과 해양플랜트를 담당하는 현대중공업(존속법인)과 전기 전자 시스템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건설장비 사업을 전담하는 현대건설기계와 로봇메이커인 현대로보틱스 등 4사 체제로 쪼개 현대로보틱스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착수했다.

2016년 12월에 분사를 완료한 '현대중공업 그린에너지'와 '현대글로벌서비스'까지 포함하면 총 6개 계열사로 재정비한 것이다.

당시 현대중공업의 지분은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10.15%를, 현대미포조선이 7.98%를 지배했으며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의 지분을 94%,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의 지분 42.3%를 보유하고 있었다.('한경비즈니스' NO.1126)

그 와중에 현대중공업에 대한 '자사주의 마술' 시비가 불거졌다. 2017년 2월 27일에 개최된 회사분할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에 현대중공업 노조가 분할반대 목청을 높인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분할 목적은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율을 높여 지배체제를 강화하고 3세 세습을 위한 사전준비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8.07%)이 분할에 찬성함으로써 현대중공업의 지주회사 전환작업은 2017년 4월에 완료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지분 '10.15%'
회사분할 '자사주의 마술' 시비도
2016년 4월 기준 기업집단 '12위'

>> 새로운 의결권 확보

지주회사로 전환된 현대로보틱스는 인적분할에 따른 '자사주의 마술'에 의해 현대중공업그룹에 대한 13.4%의 새로운 의결권을 확보했다.

정 이사장은 추가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현대로보틱스의 지분을 25.8%까지 늘렸고 그룹에 대한 지배력은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현대로보틱스가 자사주 13.4%를 보유함은 물론 자회사가 된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도 같은 지분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CNB저널' VOL. 553)

'자사주의 마술'이란 기업이 인적분할을 할 경우 지주회사는 본래 갖고 있던 자사주와 동일한 비율로 신설 회사에 대한 지분을 자동으로 확보하게 되는데, 이 경우 지주회사는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사주 마법'을 빌미로 오너들의 지배력이 편법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사주 마법'은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의 핵심과제로 부상했다.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은 2017년 7월 6일 "현대중공업은 자사주 의결권 제도가 갖는 허점을 이용해 회사를 인적 분할함으로써 대주주의 지분율을 크게 높였는데 이는 법의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고 정의에도 어긋난다. 공정위가 엄정히 조사해 재벌 일가가 편법, 탈법을 통해 얼마만큼의 이득을 얻었는지를 국민 앞에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사례를 막으려고 더불어민주당의 이종걸, 제윤경 의원 등이 인적분할 전에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거나, 인적분할시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등의 규제 법안을 이미 발의한 상태다.

법이 개정되면 자사주를 활용할 수 없어 지주회사 전환에 훨씬 더 많은 돈이 들 수밖에 없다.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할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상장사 기준)을 현재 20%에서 30%로 올리고, 부채비율도 현재 200%에서 100%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2001년 정주영 창업주의 사망을 계기로 여러 개의 기업집단으로 분리됐다.

2016년 4월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순위를 보면 자산총액 기준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삼성에 이어 2위, 현대중공업그룹은 12위, 현대백화점그룹 29위, 현대 30위, KCC그룹 39위, 현대산업개발 56위에 각각 랭크돼 있다.

/이한구 경인일보 부설 한국재벌연구소 소장·수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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