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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회적 대타협 앞세워 경제현안 뒷짐지는 정부

경인일보 발행일 2019-02-20 제23면

정부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제주체들간의 대화와 협의에 각종 경제현안을 맡기는 사회적 대타협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문제 해결은 커녕 사회적 갈등을 더욱 조장하는 결과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정부가 경제와 산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갈등을 민간에 맡긴 채 수수방관 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승차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어느 시대의 부총리인지 잘 모르겠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택시업계의 승차공유 사업 반대에 대해 홍 부총리가 "기존 이해관계자의 반대라는 우리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업체간 사회적 대화를 강조한데 대한 항의였다. 승차공유 서비스는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합법적 사업이다. 그런데도 경제부총리가 택시업계의 반대를 무마하라고 종용하자 이 대표는 사회적 대타협 무용론 까지 거론했다.

이 정부가 금과옥조 처럼 내세우는 사회적 대타협이 실패한 사례는 이뿐 아니다. 택시업계의 반발로 합법적인 카풀서비스 업체는 사업을 접거나 그늘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택시노동자 분신은 잇따랐다. 이 역시 업계 대표와 민주당이 참여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출범시켰지만 존재감이 사라진지 오래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마찬가지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안건을 위임받았지만 원칙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최종 타협은 불투명하다. 타협이 되더라도 위원회에 불참한 민노총이 총파업으로 뒤엎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애초에 지난해 연말에 당정이 법개정으로 처리하려던 방침을 경사노위에 넘기는 바람에 갈등은 깊어졌다. 국민연금 개혁도, 건강보험 개편도 사회적 대화로 넘겼지만 타협의 기미는 없다.



현 정부의 '사회적 대타협'은 대화를 할수록 갈등이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정부의 결단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이 심각해졌다. 이해가 상충되는 계층간의 대화는 처음 부터 한계를 안고 시작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이런 사회적 대타협을 앞세워 전면적이고 신속해야 할 산업구조 조정을 지체시키면 올해들어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행보 마저 의심을 살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편익이 증진하는 혁신은 북돋우고 그 혁신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국민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해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라는 이재웅 쏘카 대표의 고언이 가슴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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